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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쿵한 그대! 후루룩 빠져드는 매력덩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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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햇살이 무서워 나들이 엄두도 못내는 형편에 입맛마저 투정이다. 라면은 매콤하지만 소화를 감당하기가 벅차다. 피자나 통닭은 어른들끼리 먹기엔 아직 친화력이 부족하다. 개인적으로 솔직히 그 한판 혹은 한 마리를 아내와 둘이 다 먹을 용기도 없다. 차라리 갓 섞어 놓은 열무김치 익는 냄새가 더 매혹적이다. 아뿔싸, 그 유혹이 예외 없이 적중하고 만다. 머리를 스치고 이내 심장을 콩닥거리게 만드는 그것, 국수다.
여보 국수 해먹자. 벌써 육수가 끓는다. 멸치와 다시마 새우까지 넣은 육수는 구수한 향기를 뿜으며 배고픈 내 마음만큼 냄비뚜껑을 들썩거린다. 매번 겪는 감정이지만, 육수를 헌사한 뒤 초라한 모습으로 초췌하게 쓰러진 멸치를 보노라면 맘이 아프다. 그의 희생이 없었다면 촌국수의 진면목은 제 빛을 발하지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마냥 즐거운 것만도 아니다. 누군가의 희생이 있기에 굴러가는 사회인지도 모르지만, 가급적이면 그 희생의 범위를 최소화 내지는 공평하게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다. 아무튼 멸치에게는 매번 신세를 지게 되는 만큼 이렇게라도 한줄 그 노고를 위로해 주고 싶어서다.
끓을수록 육수는 진해진다. 농익은 간장의 고유한 빛처럼 맑고 투명하게 여문 육수에서는 고소한 냄새가 풍긴다. 마치 가래떡에 듬뿍 발라먹는 조청의 맛이랄까. 그 맛이 국수에 베여 목 넘김이 아주 좋은 식감을 보일 때 간혹 그것을 MSG의 분신으로 착각하기도 하는데,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육수에 대한 모독일 뿐이다.
쫀득하게 삶아진 국수는 찬물에 두어 번 다이빙을 하고서야 비로소 탱탱하게 몸매를 과시한다. 찬물에서 갓 건져낸 국수는 마치 어린아이 살결처럼 연하고 고운 빛이 탁월하여 몇 가닥을 돌돌 말아 후루룩 먹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 실제로 국수를 만들 때 이 시점에서 먹는 통통한 국수가 가장 맛있다. 지짐을 굽다가 한 점 두 점 뜯어먹는 즉석 맛처럼.
구수한 국물사이로 조갯살들이 앙증맞게 자리하고 있다. 국수와 함께 씹히는 식감이 난형난제다. 노란 달걀이 색감을 극대화 시킨다. 고소하게 무친 부추와 애호박 나물까지 형형색색 오감을 자극한다. 고소한 깨소금 한줌이 화룡점정이다. 찬물에 탱탱해진 국수는 따스한 육수와 다시 만나 온면으로 부드러워진다. 양념장을 조금 곁들여 흩어진 고명들을 다잡은 후 한 젓가락 듬뿍 휘감아 열무김치 서너 점 싸서 입 안 가득 행차를 시작한다.
감미롭고 오동통하며 짭짤한 맛들이 조화롭게 뒤 섞여 웅장한 오케스트라를 만난 듯 행복해진다. 후루룩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소리마저 오장을 흥분시킨다. 흥건하게 국물 한 모금 마시니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다. 갓 익어 사각사각 씹히는 열무김치의 달콤함이 마지막 목을 넘고서야 행복한 긴장이 풀린다. 올핸 무까지 곁들여서 그런지 유난히 달아 열무김치 예찬을 따로 해야 할 듯하다.
봄까지 잠식한 더위가 긴 여름을 예고하고 있다. 국수 한 그릇에 행복이 담겨있다. 잘 익은 열무김치가 곁들여진다면 금상첨화다. 국물까지 비워진 그릇이 방긋 웃는다. 2016년 06월 02일 11시 10분 Copyright (c) 1999 사천신문 Co.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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