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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화칼럼
‘우리집 수돗물 안심확인제’ 이용 수돗물 안심하고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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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고기로 채우는 십구공탄 활화산

노을이 먼저 저녁을 훔쳐 간 퇴근길, 추적추적 내리는 초여름 빗줄기는 경사진 우산줄기를 따라 고속으로 낙하한다. 시원한 소주가 목구멍을 넘어가는 상상으로 이어진다.
마니아다운 주당은 아니지만 이런 빗줄기 풍경삼아 좋은사람들과 퇴근길 한잔은 차마 뿌리치지 못하는 일상의 조미료다. 삼겹살 굽는 소리가 장맛비의 그것과 싱크로율 100%라서 우주(雨酒)클럽이라는 억지모임도 생겼지만, 여하튼 비오는 날의 돼지고기 구워 소주한잔 나누는 정서야말로 딱히 색안경을 끼고 볼 일은 아니다.
일명 벌리동 먹자골목을 지나 터미널 방향으로 한참을 걸어간다. 휘황찬란한 네온사인도 하나둘 사라지고 어둑해진 골목은 전형적인 주택단지다. 이런 곳에 고깃집이 있을 리 만무하다. 군데군데 빗물이 고인 웅덩이 때문에 신발은 축축하게 젖어온다. 후회가 밀려온다. 발길을 돌리고 싶을 즈음, 어둠을 밝히는 불빛이 눈에 들어온다. 연탄구이집이다. 건물에 비해 간판은 그다지 작지 않다. 그럼에도 유독 광채가 나는 것은 아마 어둑한 골목길 명암 때문이리라. 단연 독보적인 네온사인이다.
초가삼간 같은 작은 문을 열고 들어선다. 이미 밖으로 비친 실루엣 상으로도 실내는 그리 크지 않음을 직잠 한 터. 역시나 좁다. 5개 남짓 자리한 테이블엔 이미 세 팀이 우주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문입구에 자리를 배정받는다. 그리곤 이내 밀려든 손님으로 만차다. 조금만 늦었다면 소문대로 헛걸음을 칠 뻔 했다. 우선 메뉴에 시선을 고정한다. 뒷고기가 주 메뉴다. 흔치않은 고기다. 김해가 주산지인 뒷고기는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여러 탄생설화가 회자되지만, 중요한 것은 맛이다. 돼지고기의 정형적 부위에서 맛 볼수 없는 독특한 식감과 깊은 맛이 뒷고기만의 매력이다. 다양한 부위의 집합체인 만큼 굽는 향기라든지 씹는 맛이 오묘해 그 맛을 단정 지어 말할 수 없다.
연탄이 제일먼저 자리 잡는다. 알싸하게 스멀거리는 가스마저도 추억의 맛이다. 벌겋게 무쳐낸 콩나물과 땡초를 넣은 양념이 눈에 띈다. 달아오르는 불판위로 지글거리기 시작하는 뒷고기는 여인네의 향수처럼 고소한 향기를 뿜어낸다. 군데군데 조합된 지방질과 마블링이 살점과 융화되면서 쫄깃함이 노릇노릇하게 익어간다.
간간이 분출되는 기름기는 음향효과를 극대화하면서 빈 잔을 유혹한다. 맑은 소주한잔이 채워지고 질펀하게 익어진 뒷고기는 갖은 양념을 거느린 채 소주와 함께 돌격 앞으로, 10만 대군의 행복한 항전이 시작된다. 빗줄기도 질세라 대지를 토닥거린다. 메마른 세상은 비로 채워지고 고단한 하루는 뒷고기를 담고 연탄구이집 구공탄 속 활화산으로 타오른다. 마지막에 주는 해물 된장찌개는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개운한 입을 행굴 수 있는 화룡점정이다.
문득 바라본 벽엔 이집 법칙이 붙어 있다. 술과 물과 물수건은 알아서 챙기시라. 주인도 사람이니 일요일은 쉰단다. 기름받이에 잡다한 거 부으면 죽음이란다. 뒷고기는 김해에서 정품만 가져온다고 확언한단다. 배짱 같아 반감이 없진 않지만 젊은 사장의 터프함이 이 애교 섞인 법칙과 묘한 공감을 불러온다. 그다지 싫지 않다. 골목을 빠져나오며 몇 번이나 뒤돌아본다. 이젠 앞 골목으로 나와도 될 성 싶다.

향촌동 회사원 이용호

2017년 06월 29일 10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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