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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화칼럼
사천해전과 거북선(1)
1592년 5월29일 새벽 여수를 출발한 전라좌수영 수군들은 23척의 판옥선에 승선하여 일자진을 펼친채 사천으로 향했다. 부지런히 노를 저어 남해 노량에서 경상우수사 원균의 함대와 ...... 봉화칼럼 전체 리스트 보기
 
 
향토사 연구와 민주주의

조선은 서양과 달리 일찍 국가형태를 갖추었다. 이는 서양보다 훨씬 빨리 중앙 집권을 확립했다는 뜻이다.
권력이 중앙에 모여 있으면 외세로부터 민족의 자존을 지키는 데 효율적이다. 또한 일사불란한 명령체계를 가질 수 있어 국민을 하나의 이념으로 묶어 다스리기가 용의하다. 수도에 사는 사람과 그곳에서 천리 떨어진 섬에 사는 사람이 꼭 같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국가가 통제할 수 있다. 국민이 통치나 교화의 수단이었을 때는 이런 통제가 바람직했을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국가가 강요하는 단 하나의 문화와 역사만 존재한다.
한국에 뿌리내린 단일 이념과 문화, 민족사 중심의 사고방식은 일찍이 중앙집권을 확립해 백성을 다스린 조선의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조선사에서 지역사나 향토사는 냉대 받을 수밖에 없다. 조선의 통치술은 왕정을 유지하기에 편리할 수는 있어도 민주주의의 적이다.
우리 자식들이 살아가야 할 사회는 다양성이 존재하는 세상이다.
이제 국민은 국가의 통제수단이 아니다. 오히려 국가가 국민을 섬기는 사회가 도래했다. 이런 사회에 문화는 하나일 수 없다. 국가 단위의 중심 문화가 있고, 각 지역은 자기들만의 고유문화들이 있다. 또한 지역민은 자기들이 발굴한 문화를 향유하면서 살아간다. 그리고 중심 문화는 지역 문화 위에 있지 않다. 서로가 존중하는 공존의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이런 존중과 공존 질서가 세워지면 지역 문화들은 중앙 문화의 공급원이 될 수 있고, 종국에는 지역 문화가 나라 문화를 풍성하게 만드는 역할을 할 것이다. 문화의 다양성, 문화 민주주의는 지역 문화의 발현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역사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우리는 하나의 교과서, 그것을 절대적인 진리로 믿었다. 그리고 오직 그것만을 공부했다. 하지만 이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국민이 국가의 통치와 교화 수단일 때의 사고방식이다. 이런 획일주의는 권위주의의 다른 얼굴이다. 세종이 비록 위대한 문화를 만들고 새로운 역사를 썼다고 하지만 그것은 왕조의 역사이다.
민주주의는 곧 다양성이다. 이 땅에 영원히 변하지 않는 민주주의 꽃이 만발하려면 하나의 가치가 다른 가치 위에 올라서면 안 된다.
앞으로 민족사와 향토사는 같은 비중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오랫동안 권위주의 정권들이 강요한 민족사 때문에 등한시 했던 향토사를 발굴해 민족사의 지평을 넓히는 일을 해야 한다. 이제 민족사는 위기에 봉착했다. 향토사가 거시 역사의 부족한 점을 채워 주는 시대가 조만간 도래 할 것이다.
사천 향토사 연구회는 지역에 흩어져 있는 작고 사소하지만 크고 위대한 백성의 발자취를 찾아 복원하는 작업을 충실해 수행했고, 앞으로도 그런 일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사천 향토사 연구회는 작은 것들의 가치를 찾고, 허접함 속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을 계속 발견해 나갈 것이다. 거창하게 말하면 향토사를 통해 민주적인 가치를 키워가는 모임이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우리 모임이 지난 한 해 동안 무슨 일을 했냐고 묻는다면 회원들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향토의 역사를 새로 썼다고.
그것이 지금은 작아 보일지라도 훗날 지역에 사는 자식들에게 큰 가르침을 줄 것이라고.

◇강희진
1964년 경남 삼천포 출생.
삼천포 고등학교 졸업(31회).
연세대학교 문과대학 국어국문과 졸업.
1994년 KBS 드라마 극본공모 당선.
<그때 그 사건> 등 다큐드라마 다수 집필.
2011년 1억 고료 세계문학상 수상
작품, 장편소설 <유령>(은행나무 발행)
2014년 장편소설 <이신>(김영사, 비채 발행)
2015년 장편소설 <포피>(나무옆의자 발행)
2016년 장편소설 <올빼미 무덤>(은행나무 발행)
2019년 장편소설 <카니발>(나무옆의자)

2019년 12월 26일 10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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