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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화칼럼
사천시 공무원께 꽃다발을 드립니다.
한국인들은 스스로 자기 나라를 헬조선이라 불렀다. 낮은 행복지수, 높은 청년 실업률, 세계 1위의 자살률 등의 지표를 놓고 보면 한국은 지옥처럼 살기 힘든 곳이다. 하지만 최근 세계적으로 ...... 봉화칼럼 전체 리스트 보기
 
 
사천이 사라진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인 1995년 삼천포와 사천이 통합되어 삼천포라는 지명은 지상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아직 삼천포는 건재하다. 지명이 사라진다고 도시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삼천포 사람들은 사라진 지명 삼천포를 추억하면서 살아간다.
또한, 처음에는 두 지역의 갈등이 있긴 했지만, 지금은 사천으로 뭉쳐 큰 문제없이 잘 살고 있다. 실제 타향에서 삼천포 사람들이 자신을 소개할 때도 특별히 삼천포를 밝혀야 할 이유가 있지 않으면 그냥 사천 사람이라고 말한다. 크게 보아 삼천포는 사천시에 잘 융합되었다고 할 수 있다.
삼천포라는 지명이 사라진 지 25년이 지난 지금 사천은 또 다른 위기에 직면했다. 그것은 사천이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재작년 이런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을 때 사천의 식자층이나 사천이 고향인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한 도시가 없어진다는 것은 그 속에 있던 문화, 인간의 삶, 역사가 함께 소멸한다는 의미이다.
사천의 경우 점점 젊은 층이 감소하고 고령화가 급격하게 진행되어 머지않은 미래에 도시가 그 기능을 하지 못하고 소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조짐들이야 벌써 사천 주민들은 피부로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한 예로 삼천포 중앙시장의 경우 필자가 살았던 어린 시절은 제법 북적거리는 공간이었다. 장사가 되지 않다보니 상가의 매매가 오래 전에 멈추었다. 그곳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어시장 인근에서도 예전에는 밤새도록 불이 꺼지지 않았었다.
그런데 요즘 해가 지고 그곳을 걸어가 보면 불이 밝혀진 가게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자동차도 별로 왕래하지 않는 도로가 동굴처럼 펼쳐진다. 어릴 적 기억 때문인지 이런 풍경은 무척이나 낯설었다. 이런 공동화가 진행된 지 오래되었다.
인구 감소와 노령화 현상은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삼천포의 인구는 눈에 띄게 줄었고, 사천시의 전체 인구도 표시 나게 줄었다. 아이들 울음소리가 차츰 사라지고, 젊은 층을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물론 이런 현상은 한국의 소도시에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긴 하다. 하지만 사천이 살아남으려면, 그것을 피해갈 수 있으면 피해야 한다. 필자는 작가라 여러 도시를 돌아볼 기회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그 도시를 고향인 사천과 비교해봤다. 사천시는 대표적인 저평가 된 도시이다. 한 마디로 잠재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아 방치된 도시라는 말이다.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한국의 도시들도 공동화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도시의 공동화를 막을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그 지방 주민과 지자체장의 노력이다. 사천시나 주민들의 노력으로 일정 정도의 성과를 이룬 것도 사실이지만 효율적으로 성취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선거 공약들은 진행 중인 경우가 많다. 필자는 그것이 사천시 공무원이나 지자체장의 무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할 수 없는 일이 분명히 있다. 필자는 사천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의 확실한 방법은 중앙정부의 지원과 도움이다. 중앙정부는 자원분배의 열쇠를 쥐고 있다. 이번에 편성된 대구 예산은 계획했던 것보다 1조 이상의 재원이 더 분배되었다. 하지만 사천은 그런 중앙정부의 자원분배에서 자주 소외되었다. 사천은 비행장과 카이가 있는 우주항공의 메카이다. 그런데 진주와 고성 등이 자기들이야말로 우주항공 도시라고 하면서, 그곳에 항공 관련 공장이 살금살금 짓고 있다. 아마 조만간 사천 주변의 도시들은 항공 관련 공장 유치 경쟁에 뛰어들어 사천에 분배를 요구할지 모른다. 이미 그런 상황이다.
그리고 중앙정부에서 도시들의 다양한 요구를 다 충족시켜줄 수 없어 집중과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모든 산업 발전에 필수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우주항공 산업의 메카인 사천에 아직 우주항공 산업의 인프라가 다 갖추어지지 않았다. 또한 우주항공 산업은 특성상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한국의 산업도시들이 정치적 고려의 산물인 경우가 많고, 그것은 현재도 여전히 유효한 현실이다. 유능한 지자체장이나 자원을 분배하는 정치세력과 연대할 수 있는 정치인이 없는 도시는 소외될 수밖에 없다.
지역의 정치지도자를 뽑는 선거가 아무 것도 아닐 수도 있다. 유권자에게는 투표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그래서인지 사천시의 선거 참여율은 하동이나 남해 비해 현격히 낮다.
하지만 어떤 순간에는 투표가, 그 도시 구성원의 참정권이 한 도시의 운명을 결정할 수도 있다. 사천은 실제로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다.
아주 중요한 시험지가 사천시민들 앞에 놓여 있다. 그곳에 답을 적어 넣을 사람들은 사천시민들이다. 다른 누구도 아니다. 그 결과도 오롯이 사천시민들의 몫이다. 혜택을 얻게 되거나 피해를 보게 되거나.

◇강희진
-경남 삼천포 출생.
-삼천포 고등학교 졸업.
-연세대학교 문과대학 국어국문과 졸업.
-1994년 KBS 드라마 극본공모 당선.
-<그때 그 사건> 등 다큐드라마 다수 집필.
-2011년 1억 고료 세계문학상 대상수상
-작품, 장편소설 <유령>(은행나무 발행)
-2014년 장편소설 <이신>(김영사 발행)
-2015년 장편소설 <포피>(나무옆의자 발행)
-2016년 장편소설 <올빼미 무덤>(은행나무 발행)
-2019년 장편소설 <카니발>(나무옆의자)

◇대담집
-2018년 이준석 손아람 강희진 <그 의견에는 동의합니다>(21세기북스 발행)
-2019년 이준석 강희진<공정한 경쟁>(나무옆의자 발행)

2020년 04월 02일 10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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