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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화칼럼
희망의 쌀한줌 따뜻한 밥이되어라
쌀을 풀어보면 사람이 되고 사람은 삶이된다. 쌀한줌 따뜻한 밥이 되어라는 조그만 희망을 나누어 주는 그사람 이종범씨를 칭찬한다. 나는 부자나 잘난사람 성공한 사람은 부러워하지도 ...... 봉화칼럼 전체 리스트 보기
 
 
봉식개 바닷가의 마지막 졸업식

2023년 1월 6일 오전 신수도 초등학교 (정식 명칭 삼천포초등학교 신수도분교)에서 졸업식이 있었다.
이날 풍경은 여느 시골 학교의 왁자지껄하면서도 웃음꽃이 만발한 행사와는 좀 달랐다. 왜냐면 이번 행사가 이 섬마을 분교의 마지막 졸업식이었고, 이 졸업식을 끝으로 100년 가까이 이어온 학교가 문을 닫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섬사람들에게 학교는 배움터 이상의 의미가 있는 공간이었다. 글자를 몰라 생활이 많이 불편했고, 때로는 육지 사람들에게 알게 모르게 무시당했던 터라 자식들에게는 그런 굴레에서 벗어가게 하려고 손에 손을 잡고 학교가 있는 봉식개 바닷가로 모였다.
또한, 학교 운동회는 그냥 아이들의 놀이가 아니라 섬마을의 요란한 문화 행사였다. 변변한 마을회관이 없었을 때, 섬사람들은 무슨 큰일이 터지면 학교에 모여 마을 회의를 열었다. 학교는 섬사람들의 정신적 터전인 셈이었다. 그런 학교가 사라지는 날이었다.
신수도 초등학교에서도 알퐁스 도데의 소설 <마지막 수업>처럼 마지막 수업이 있었다. 하지만 소설에서처럼 늘 학교를 땡땡이치는 개구쟁이 프란츠와 칠판에다가 독일을 저주하며 “프랑스 만세!” 라고 적은 아멜 선생은 없었다. 그래서 마지막 수업은 소설보다는 덜 극적이었다. 하지만 그 내용을 곰곰이 따져보면 신수도 초등학교의 상황이 도데의 소설보다 오히려 비극적이었다. 사실 소설의 공간인 알자스-로렌 지역 주민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독일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프란츠란 이름 역시 독일식이다. 그러니까 이 작품에는 도데의 민족주의가 강하게 투영되었다고 할 수 있다.
신수도 초등학교의 마지막 수업은 단 한 명으로 진행되었다. 애초에 한 명뿐이었다. 그 한 명 때문에 학교가 명명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도데의 <마지막 수업>처럼 소설의 내용과 다른 현실이 따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었다. 신수도 초등학교의 마지막 수업은 오늘 신수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날 졸업식에는 단 한 명의 졸업생을 위해 방송국 카메라와 신문 기자들이 출동했고, 이 학교를 졸업한 선배 시인이 찾아와서 졸업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했고, 마을 사람들의 축하가 있었다. 졸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한다. 오늘 신수도 초등학교를 졸업한 한 명의 학생에게는 이제 섬 바깥의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하지만 신수도 초등학교는 이날 졸업식이 그야말로 졸업이었다. 식민지 시대, 어업이 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시절 봉식개 바닷가에서 수많은 졸업생을 배출한 신수도 초등학교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신수도 초등학교는 1930년 사립 보명 학교로 출발해 온갖 우여곡절을 겪고 오늘에 이르렀다. 그 도도한 역사를 볼 때 신수도 초등학교는 왠지 그냥 사라지면 안 될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유구한 역사를 가졌다고 해도 인구절벽이라 시대의 흐름을 이길 장사는 없다. 서울에서 초등학교 심지어 중·고등학교까지 없어지는 세상이다. 아무쪼록 신수도 초등학교가 섬사람들의 영혼을 살찌울 공간으로 거듭나길 기원한다. 아래는 동교를 졸업한 김학명 시인이 마지막 졸업식 날 읊은 시다.

봉식개 바닷가 그 학교는
은빛 파도와 함께
잔 자갈들만이
자그락거리던 봉식개 바닷가에
교육의 장이 열렸으니
신수도 초등학교라

고기잡이로만 일등이던
신수도 사람들
자슥들이 하나같이
공부도 우등하라꼬
없는 살림에도 우찌하던지
핵교로 책보따리 들리 보냈고

한해 두해 쌓여갔던
세월이 74회
한 백년 더 갈줄 알았는데
오늘 단 한명의 졸업식
더 이상 학생은 없어도
신수도 초등학교
우리 가슴속 살아있어
한 천년 살고 지고

▶강희진 작가의 이력
-경남 삼천포 출생.
-1994년 KBS 드라마 극본공모 당선.
-KBS 다큐드라마 다수 집필.
-2011년 1억 고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
-장편소설 <유령> <이신> <올빼미 무덤> 등 발간
-정치인과 대담집 <그 의견에는 동의합니다> <공정한 경쟁> <정치를 디자인하다> 등을 발간

※2015년 재경사천시향우회 자랑스러운 사천인상 수상
※2016년 문선초등학교 총동창회 자랑스러운 문선인상 수상

2023년 01월 31일 11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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