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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천을 디자인하다 ②」 관광도시는 풍경이 아니라 경험으로 완성된다 』 도시의 수준은 의외로 여행자의 작은 망설임에서 드러난다. 처음 찾은 방문객이 목적지 앞까지 와서도 어디에 주차해야 할지 잠시 멈추고, 사진을 찍은 뒤 잠깐 쉬고 싶지만 앉을 곳을 찾지 못해 발길을 돌리며, 지역의 좋은 가게를 눈앞에 두고도 정보가 부족해 그냥 지나치는 순간이 그렇다. 명소는 분명 있는데 기억은 흐릿하게 남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특별히 화려하지 않아도 다시 찾고 싶은 도시는, 대체로 이동과 체류의 흐름이 편안하다.
어떤 행사가 열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찾는지에 관심이 쏠리지만, 관광도시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자원의 수보다 그것을 경험하는 방식이다. 관광객은 명소 하나보다 도시에서 보낸 시간을 기억한다. 길을 찾고, 머무르고, 쉬고, 먹고, 다시 이동하는 흐름이 끊기면 좋은 자원도 힘을 잃고, 그 흐름이 자연스러우면 평범한 공간도 매력이 된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서비스디자인의 관점이다. 제품디자인이 사물의 형태와 기능을, 인간공학이 사람의 신체와 인지 특성을 다룬다면, 서비스디자인은 도시를 이용하는 과정 전체를 설계한다. 관광객에게 도시는 점이 아니라 선이며, 만족은 감탄의 순간보다 불편이 적은 흐름에서 만들어진다.
사천은 이 점에서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바다와 해안의 경관, 생활의 온기가 남아 있는 시장과 골목, 지역의 문화와 먹거리, 체험 자원을 엮을 수 있는 기반이 있다. 문제는 자원의 부족이 아니라 연결의 부족일 때가 많다. 좋은 장소가 있어도 찾아가는 길의 안내가 불친절하면 경험은 중간에서 끊긴다. 잠시 머물 곳이 부족하면 체류시간은 짧아지고, 체류시간이 짧아지면 소비와 기억의 밀도도 함께 낮아진다. 관광도시의 경쟁력은 결국 ‘얼마나 많이 만들었는가’보다 ‘얼마나 잘 연결했는가’에서 갈린다.
사천이 관광도시로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제 ‘행사 중심의 관광’에 더해 ‘경험 품질 중심의 관광’으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사용자 여정을 기준으로 한 점검이다. 방문 전 정보 탐색은 쉬운지, 도착 후 길 찾기는 편한지, 주차와 이동은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줄이는지, 쉬고 머무를 공간은 충분한지, 지역 상점과 체험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지, 귀가 이후 다시 오고 싶게 만드는 기억의 장치가 있는지 차례로 살펴보아야 한다. 관광정책도 시민 생활과 마찬가지로 ‘걷기/찾기/머물기/소비하기’의 관점에서 재설계될 필요가 있다.
중요한 점은 관광객만을 위한 도시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서비스디자인의 핵심은 방문객과 주민, 상인 모두의 경험을 함께 고려하는 데 있다. 관광객의 동선이 주민의 일상을 과도하게 침해하면 지속가능성이 떨어지고, 주민과 상인의 운영 부담이 커지면 서비스 품질도 오래 유지되기 어렵다. 좋은 관광도시는 관광객에게 친절할 뿐 아니라, 지역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도시다. 그것이 장기적으로 도시 브랜드를 지키는 길이다.
관광도시는 많이 찾는 도시보다 다시 찾고 싶은 도시가 먼저 되어야 한다. 이제 도시의 품격은 볼거리의 크기가 아니라 사람의 이동과 체류를 얼마나 세심하게 배려하느냐에서 결정된다. 사천의 관광은 더 많은 홍보 이전에, 더 나은 경험의 흐름을 만드는 일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도시는 선언으로 바뀌지 않는다. 사람의 시간을 기준으로 다시 설계할 때 바뀐다.
윤정일 논설위원
제품디자인기술사 / 인간공학기술사 2026년 03월 26일 10시 07분 Copyright (c) 1999 사천신문 Co.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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