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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천을 디자인하다 ③」 정책도 디자인이다 』 도시의 수준은 의외로 행정 창구 앞의 짧은 망설임에서 드러난다. 필요한 정보를 찾지 못해 같은 안내문을 두 번 읽고, 신청 절차를 이해하지 못해 다시 문의를 하며, 좋은 사업이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어디서 어떻게 참여해야 하는지 몰라 발길을 돌리는 순간이 그렇다. 정책은 문서 위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시민이 실제로 이용하는 순간 비로소 평가받는다. 이 단순한 사실을 놓치면 계획은 많아도 체감은 적은 도시가 된다.
지역에는 언제나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인구감소와 고령화, 생활안전, 상권의 활력, 교통과 이동, 관광 경쟁력, 복지와 돌봄, 청년의 정착 문제까지 서로 연결된 문제들이 동시에 존재한다. 그래서 행정은 더 많은 정책과 사업을 내놓게 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사업은 늘어나는데 시민의 체감 변화가 기대만큼 크지 않다는 지적이 반복된다. 좋은 취지의 사업이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대개 계획의 부족보다 실행 설계의 부족에 있다. 부서별로 나뉜 사업은 현장에서 분절되고, 성과는 집행 실적 중심으로 정리되며, 시민의 실제 이용 과정은 충분히 점검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지점에서 필요한 것이 ‘정책디자인’의 관점이다. 정책도 디자인이다. 디자인은 보기 좋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문제를 구조적으로 풀기 위한 설계 행위다. 제품이 사용자의 손과 눈, 동작을 고려해 설계되어야 하듯, 정책도 시민이 정보를 이해하고 접근하고 신청하고 이용하고 피드백하는 전 과정을 고려해 설계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행정의 성패는 정책의 이름보다 사용성에 달려 있다. 시민에게 어렵고 멀게 느껴지는 정책은 내용이 좋아도 효과가 줄어든다.
사천이 앞으로 정책의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할 것인가’만큼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를 분명히 해야 한다. 나는 사천시가 시민 체감형 정책디자인의 원칙을 세우고, 주요 사업마다 공통적으로 적용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첫째, 문제를 행정의 분류가 아니라 시민의 생활 흐름에서 정의해야 한다. 둘째, 현장 관찰과 시민 경험을 바탕으로 실제 불편 지점을 확인해야 한다. 셋째, 가능한 범위에서 작은 구역·작은 대상부터 시범 적용하고, 개선 전후를 비교해 효과를 검증해야 한다. 넷째, 성과지표도 집행률 중심에서 벗어나 불편 감소, 이용 편의 향상, 재이용 증가 같은 체감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정책도 설계·시험·개선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뜻이다.
도시는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시민의 삶을 기준으로 문제를 다시 정의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정교하게 설계할 때 바뀐다. 정책도 예외가 아니다. 사천의 미래를 좌우하는 것은 더 많은 계획의 문장보다, 시민이 실제로 체감하는 실행의 품질이다. 이제 사천은 정책의 양을 넘어 정책의 사용성을 고민해야 한다. 도시의 품격은 선언의 크기가 아니라 실행의 세밀함에서 드러난다. 도시는 선언으로 바뀌지 않는다. 사람의 삶을 기준으로 다시 설계할 때 바뀐다.
‘사천을 디자인하다’는 도시를 꾸미자는 말이 아니다.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고, 방문객의 경험을 좋게 만들며, 정책의 체감도를 높여 도시의 신뢰를 키우자는 제안이다. 사천의 변화는 먼 미래의 청사진보다 오늘의 생활 현장에서, 그리고 오늘의 행정 설계에서 먼저 시작되어야 한다.
윤정일 논설위원, 제품디자인기술사 / 인간공학기술사 2026년 04월 09일 10시 03분 Copyright (c) 1999 사천신문 Co.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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