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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화칼럼
꺼져버린 동 지역 경제 불씨, 공약 사업 향촌동 산단 조성으로 되살려야!
사천시의 지형은 통합 이후 오랜 세월동안 미묘한 지역적 균형과 갈등 속에 숨결을 이어왔다. 특히 동 지역(구 삼천포)주민들에게 시정(市政)의 향방은 단순한 행정 서비스의 만족도를 ...... 봉화칼럼 전체 리스트 보기
 
 
『 「사천을 디자인하다 ④」 도시의 이름도 경쟁력이다 』

기업은 이름으로 기억된다. 도시도 다르지 않다. 럭키금성이 1995년 ‘LG’로 CI를 바꾸며 국내외 명칭을 통합한 것은, 이름이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가치와 방향을 압축하는 상징임을 보여준 사례다.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겉모습을 고치는 일이 아니라, 세상 앞에 어떤 존재로 서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이 점에서 진주·사천 통합 논의는 단순한 행정구역 조정이 아니라 지역 정체성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 네이밍 아이덴티티는 브랜드의 존재 이유와 철학을 가장 먼저 드러낸다. 직관성, 기억 용이성, 일관성, 차별성은 기업뿐 아니라 도시에도 적용된다. 사천이라는 이름은 행정 단위를 넘어 항공우주산업, 바다, 항구, 생활문화가 겹쳐 만든 축적된 지역 브랜드다. 통합 이후 그 이름이 더 큰 도시의 그늘에 들어간다면, 사천이 쌓아온 지역성 역시 흐려질 수밖에 없다.
사천은 이미 비슷한 경험을 했다. 사천 땅에 조성된 대규모 산업단지가 오랫동안 ‘진사산업단지’로 불리다가 2007년 11월에야 ‘사천산업단지’로 이름을 되찾았다. 공간은 사천이었지만 이름은 사천의 것이 아니었던 셈이다. 작은 지역이 지명도라는 이유로 명칭에서 밀려나는 구조가 얼마나 쉽게 반복되는지를 보여준 장면이었다.
지금의 통합 논의도 균형 잡힌 공동 논의라 보기 어렵다. 2024년 진주 쪽에서는 경제·문화·체육·학계·시민단체 인사들이 참여하는 추진 조직이 먼저 꾸려졌고, 사천에서는 같은 해 11월 지역 각계 대표들이 반대 추진 조직을 출범시켰다. 찬반을 떠나 현재의 흐름이 ‘공동 설계’보다 ‘한쪽 주도, 다른 한쪽 방어’처럼 보이는 이유다.
물론 통합론자들은 행정 효율과 산업 시너지를 말한다. 사천 시민 중 통합에 찬성한다는 조사도 있었다. 그러나 반대 이유로 예산 배분 불균형과 지역 정체성 훼손이 크게 제기됐다는 점을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시민들은 이미 묻고 있다. 통합 이후 개발과 예산, 정책의 중심이 어디로 향할 것인가. 효율은 높아질지 몰라도 사천의 우선순위가 뒤로 밀린다면, 그것은 상생이 아니라 편입으로 느껴질 수 있다.
사천에 필요한 것은 흡수의 논리가 아니라 협력의 설계다. 산업, 교통, 관광, 생활권 협업은 얼마든지 강화할 수 있다. 그러나 이름과 예산, 정책 중심축에 대한 분명한 장치 없는 통합은 위험하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도시가 이름을 잃는 순간, 그 도시가 쌓아온 기억과 지명도도 함께 희미해진다. 우리는 이미 1995년 사천군과 삼천포시의 통합을 통해 이름과 지역 감정의 무게를 경험했다. 통합을 말하려면, 먼저 사천이라는 이름의 가치부터 제대로 물어야 한다.

윤정일 논설위원
제품디자인기술사 / 인간공학기술사

2026년 05월 14일 10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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