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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화칼럼
꺼져버린 동 지역 경제 불씨, 공약 사업 향촌동 산단 조성으로 되살려야!
사천시의 지형은 통합 이후 오랜 세월동안 미묘한 지역적 균형과 갈등 속에 숨결을 이어왔다. 특히 동 지역(구 삼천포)주민들에게 시정(市政)의 향방은 단순한 행정 서비스의 만족도를 ...... 봉화칼럼 전체 리스트 보기
 
 
『 「사천을 디자인하다 ⑥」 도시의 미래는 문제를 푸는 힘에서 시작된다 』

우리 사천지역에 살다 보면 한 번쯤 이런 경험이 있다. 멀리서 손님이 오면 어디를 보여줄까 고민하다가도 결국 발걸음은 바다 쪽으로 향한다. 용궁수산시장에 들러 싱싱한 해산물을 보고, 저녁이면 실비집 골목의 불빛 앞에 멈춘다. 상 위에 차려지는 회와 해산물, 푸짐한 안주를 마주한 손님은 묻는다. “사천은 왜 이렇게 음식이 살아 있습니까?” 그 질문 속에 사천의 정체성이 있다. 사천의 음식은 단순한 한 끼가 아니라 바다와 사람, 시장과 골목, 기억과 이야기가 함께 차려지는 문화이기 때문이다.
도시는 건물로만 기억되지 않는다. 어떤 도시는 풍경으로 남고, 어떤 도시는 맛과 냄새로 오래 남는다. 사천은 후자의 도시다. 삼천포항의 활어와 건어물, 죽방멸치, 쥐치포, 화어, 물회, 백합죽, 아구찜, 완사 피순대, 그리고 삼천포 실비 문화까지 사천의 음식은 바다와 내륙이 함께 만든 생활의 결과물이다. 그러나 이 귀한 자원은 아직 ‘맛있는 음식’의 단계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음식을 지역경제와 관광을 움직이는 지역 자원으로 바라볼 때다.
디자인은 예쁘게 꾸미는 일이 아니다. 흩어진 가치를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삼천포 실비 문화도 그렇다.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안주를 나누는 실비는 포구 도시의 넉넉함과 사람 사이의 정을 보여주는 사천만의 생활문화다. 통영의 다찌, 마산의 통술처럼 지역의 음식문화가 관광 언어가 될 수 있다면, 삼천포 실비 역시 사천을 대표하는 밤의 미식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거창한 개발이 아니라 정교한 경험 설계다. ‘삼천포 실비 지도’를 만들고, 업소마다 대표 안주와 이야기를 기록하며, 처음 온 관광객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주문 방식, 가격 안내, 위생 기준, 친절 매뉴얼을 정리해야 한다. 간판, 메뉴판, 식기, 포장재, 안내 사인까지 사천다운 색과 언어로 통일한다면 실비는 낡은 술문화가 아니라 세대가 함께 즐기는 로컬 미식 경험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특산품도 마찬가지다. 죽방멸치는 물살과 전통 어법이 만든 시간의 산물이고, 화어는 생선을 꽃처럼 다듬어 상에 올렸던 삼천포의 미감이 담긴 음식이다. 쥐치포는 삼천포 수산업의 기억을 품은 상품이다. 이들은 모두 스토리를 가진 식품이다. 좋은 상품도 이야기가 보이지 않으면 평범한 건어물이 된다. 이제 사천은 특산품의 맛뿐 아니라 이름, 포장, 설명, 선물 방식, 체험 프로그램까지 함께 디자인해야 한다.
‘사천 바다 한 상’ 같은 로컬 푸드 브랜드를 상상해 볼 수 있다. 죽방멸치, 쥐치포, 화어, 지역 농산물을 소포장 선물세트로 구성하고, 그 안에 생산자의 이야기와 먹는 방법, 사천 여행 코스를 함께 담는 것이다. 시장에서 고른 해산물을 맛보고, 골목에서 실비 문화를 체험하며, 마지막에는 사천의 특산품을 선물로 가져가는 흐름을 만든다면 음식은 곧 관광이 되고, 관광은 다시 지역경제가 된다.
사천의 음식은 이미 경쟁력이 있다. 필요한 것은 더 큰 식당이 아니라 더 선명한 이야기와 더 친절한 경험이다. 사천의 밥상에는 바다의 힘, 시장의 활기, 골목의 정, 사람의 손맛이 담겨 있다. 이제 그 밥상을 지역의 문화자산으로 디자인해야 한다. 사천을 찾은 사람이 “경치가 좋았다”를 넘어 “그곳의 맛과 사람이 오래 기억난다”고 말할 때, 사천의 관광은 비로소 풍경을 넘어 문화가 된다.

윤정일 논설위원 제품디자인기술사 / 인간공학기술사

2026년 06월 25일 10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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