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여진 아이들, 마음에 드는 반찬이 없으면 숟가락을 들지 않는 아이들, 채소는 그대로 잔반으로 나오는 학교급식. 우리 아이들의 현주소다.
경남도교육청이 지난달 신은정 밥상머리 강사를 초청해 학부모를 대상으로 밥상머리 교육을 가졌다.
밥상머리 교육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들었다. 밥상머리 교육은 가족이 모여 함께 식사하면서 대화를 통해 가족 사랑과 인성을 키우는 것을 말한다.
하버드 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모가 책을 읽어줄 때 나온 단어는 140여 개에 불과했지만, 가족식사 중에 나온 단어는 무려 1000여 개에 달했다. 콜롬비아 대학 연구에 따르면 A, B 학점을 받는 학생은 C 학점을 받는 학생에 비해 주당 가족식사 횟수가 현저히 높았다.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보면 밥상머리 교육은 자녀들의 인지 발달에 매우 효과적이다. 자녀의 어휘력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뿐 아니라 문제 해결 능력도 높였다.
가족식사시간은 작은 예절수업 시간이 된다. 밥상머리에서 절제와 배려, 약속과 같은 기본적인 예절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 인성 발달의 기본이 된다.
가족식사를 많이 한 학생일수록 더 건강한 식습관을 갖고 있으며, 균형적인 영양을 섭취해 신체적으로 건강했다. 주당 3회 이상 부모와 함께 식사를 한 청소년인 경우 가족 응집력이 높아져 삶의 만족도와 행복감이 높았다.
밥상머리 교육을 할 때 부모 자신이 어떤 태도로 아이들을 대하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부모의 양육태도에 따라 가족식사의 풍경이 달라진다. ‘방임형’은 자녀가 먹고 싶은 것만 골라 먹거나 식사예절을 지키지 않아도 그대로 놔둔다. 자녀가 식탁에서 먹지 않고 돌아다니면 혼내지 않고 쫓아다니면서 먹여준다. ‘혼란형’은 식사시간이 규칙적이지 않고 그때그때 달라진다. 가족식사를 비롯한 자녀생활 전반에 관심이 부족하다.
‘권위주의형’은 식사시간의 규칙을 부모 혼자서 정하고 어떤 설명도 없이 자녀에게 무조건 따르라고 한다.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일방적으로 훈육하는 방식으로 대화한다. ‘이상형’ 부모는 자녀와 약속한 가족과의 식사시간을 잘 지킨다.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로 대화를 하면서 식사한다.
자녀의 이야기가 끝나기 전에 부모가 말을 자르거나 일방적으로 말하는 경우 가족 대화는 의미가 없어지고 자녀들에게는 피하고 싶은 시간이 된다. 자녀에게 시선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며 주의를 집중해 듣는 적극적 경청 자세가 필요하다.
다음 단계는 공감이다. 자녀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으며 감정에 초점을 두고 표현해야 대화가 된다.
자녀 마음의 닫힌 문을 여는 기술은 개방형 질문이다. 예를 들어 “오늘 학교에서 또 싸운 건 아니지?” “숙제는 다 했니?”가 폐쇄형 질문이라면 “오늘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뭐 했니?” “요즘 숙제 열심히 하던데 어떤 숙제니?”가 개방형이다.
마음의 문을 여는 두 번째 열쇠는 적극적 칭찬하기. “오늘 참 잘했어”보다 “오늘 네가 친구를 도와주는 모습 참 멋있더라”는 식의 구체적 칭찬이어야 한다. 칭찬은 미루지 말고, 즉석에서 과거보다 좋아진 것이 있으면 그 점을 칭찬하고 타고난 것에 대한 칭찬보다 노력한 점을 칭찬해야 한다.
“과거 대가족제도에서는 자연스럽게 밥상머리 교육이 이뤄졌지만, 핵가족 시대가 되면서 가족끼리도 밥을 같이 안 먹는다”면서 “가정에서 인성교육이 이뤄지지 않으면 학교에서도 바로잡기 힘들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