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의 상황을 선생은 재판정에서 다음과 같이 진술하고 있다.
“간도에서 의열단에 가입한 후에 김원봉과 이성우는 폭발탄을 사기 위하여 그해(1919) 10월 상해에 가고 자기(곽재기)는 그해 11월 중순경에 상해로 가서 폭탄을 사고자 애를 쓰다가 작년 3월(1920)에 중국인에게 폭탄 3개에 대한 재료와 약품을 사 가지고 임시정부 외무차장(장건상)의 소개로 그 폭탄을 안동현 영국인 보일에게로 운반한 일과, 발각을 염려하여 궤 속에 넣고 그 위에 책을 넣어 책 궤와 같이 만들어서 밀양정거장으로 운반한 일과, 김원봉이 소개한 이일몽(李一夢)이라는 사람에게 이것을 전달한 뒤 3주일 안으로 실행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자기는 다시 중국 길림성으로 가서 소식을 기다렸다."

“이것을(폭발탄과 총기) 받기 위하여 조선으로 돌아온 곽재기는 이병철이 경영하는 천보상회(天寶商會)의 손을 거쳐서 운송점으로 부치는 화물로 만들어 가지고 교묘히 조선 안에 수입했을 뿐 아니라, 그와 같은 수단으로 임시정부에서 보낸 폭탄 13개(7개는 도화선을 사용하는 것, 6개는 수척탄)를 만들만한 탄피와 약품 부속품과 미국에서 만든 육혈포 두 자루, 탄환 1백발을 비밀히 수입하여 밀양의 김병환의 집에 감추어 두고 기회를 보아 이것을 사용하려고 하였으나 그 목적을 달하지 못하고 발각 체포된 것이다."

이와 같이 국내에 전달한 것이 폭탄 13개(7개는 도화선을 사용하는 것, 6개는 수류탄)를 만들만한 탄피와 약품, 그리고 그 부속품, 미국에서 만든 권총 두 자루, 탄환 1백발이었다. 선생은 이들을 사용하여 국내에서 대규모 암살·파괴투쟁을 전개하기 위하여 5월 13일경 중국 안동을 거쳐 경성으로 왔다.
경성으로 온 뒤 선생은 인사동에 유숙하며 여러 동지들과 서로 암살·파괴 투쟁의 실행을 상의하다가 6월 16일 일경에게 체포되었다. 그리하여 의열단의 제1차 대규모 암살·파괴 투쟁 계획은 실패하고 말았던 것이다.
당시의 재판 과정을 보도한 신문기사에 따르면, 선생은 시종일관 흰두루마기에 금테안경을 쓰고 항상 벙글벙글 웃으며 재판을 받았다고 한다. 조국광복과 민족독립에 대한 선생의 굳은 의지와 혁명가다운 배포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결국 선생은 1921년 6월 21일 경성지방법원에서 동지인 이성우와 함께 관련자 가운데 최고형인 징역 8년을 받아 옥고를 치렀다. 출옥 직후인 1930년 선생은 다시 국외로 망명하여 만주·상해·노령 등지에서 독립운동을 계속하였고, 그러다가 1945년 8월 광복을 맞이하여 같은 해 11월 귀국하였다.
귀국 후 선생은 정치운동에서 벗어나 ‘한국에스페란토어학회'를 운영하는 한편, 교육사업에 종사하다가 1952년 1월 10일 별세하였다.
정부에서는 선생의 공훈을 기리어 1963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