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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석 위에 세워진 ‘과학의 메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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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진주시 진성면에서 신축공사를 하던 인부들이 땅 속에서 이상한 모양의 화석을 발견한다. 얼핏 거대한 발자국처럼 보이는 이 화석들은 현장에 급파된 연구팀의 조사 결과 거대한 공룡 발자국으로 밝혀진다. 더욱 놀라운 것은 공룡 발자국 옆에 빽빽하게 찍혀있는 새 발자국들이었다. 공룡 발자국을 따라 가지런히 찍혀있는 물새와 큰물새, 물갈퀴 물새, 도요새 물떼새 발자국들은 ‘공룡과 새가 동시대에 공존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종의 증거물이었다. 훗날 천연기념물 제396호로 지정된 이 화석에는 각종 공룡(용각류·수각류) 발자국 80여점과 새 발자국 2500여 점이 찍혀있다. 학계는 “놀라운 발견”이라고 흥분했고 마산시에서 진성면으로 이전하기로 했던 과학교육원 이전 공사는 자연스럽게 중단됐다.
의미를 과장하기 좋아하는 혹자는 이를 ‘역사가 과학을 가로막은 일종의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보고, 만지고, 느끼는 과학체험 교육활동을 펼치겠다’고 야심차게 준비된 과학교육원 이전은 한동안 소강 상태에 접어들다가 2006년 비로소 기공식을 갖는다.
한 차례의 위기는 곧 큰 기회가 됐다. 지난해 11월 1일 개원한 경상남도과학교육원에는 화석문화재전시관이 있다. 건물 내에 대형 화석 전시관이 설치된 과학교육원은 전국에서도 단 하나 뿐이다. 교육원을 방문한 학생들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귀중한 역사의 현장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 과학교육원은 이 천연기념물을 활용해 이후 정식 박물관으로도 등록할 계획이다.
사설이 길었지만, 엄밀하게 따진다면 사실 경남과학교육원의 나이는 채 한 살이 되지 않는다. 그만큼 모든 시설물들이 새롭고 신선하다. 아직까지 진행 중인 프로젝트도 많다.
그 중 천체투영관 및 천체관측실은 특히 눈여겨 볼 만하다. 광학 및 디지털식 투영기를 연동해 투영하는 투영관은 국내에서 처음 도입되는 시설물로 낮에도 밤하늘의 별자리를 관측할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디지털투영기로 올돔 형태의 영상을 관람할 수 있다. 지름이 16m인 이 돔에는 6개의 빔이 투영되며 별자리 40개, 별 9000개가 하늘에 뜬다.
경남과학교육원의 관계자는 “관람객들은 돔내에 설치된 의자(140개)에 누워 하늘의 별자리를 관람할 수 있다”며 “빔으로 묘사되는 입체 영상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교육원은 10월 시설물 설치 완료에 맞춰 11월 1일 개원 기념일 즈음 이를 공개할 계획이다.
천체투영관이 현실을 ‘투영’해 보여준다면, 천체관측실은 밤하늘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시설물이다. 컴퓨터 제어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600mm Ritchey Chretien 방식 반사만원경은 시골 밤을 수놓았던 별들을 보다 가깝게 관찰할 수 있다. 7m의 돔 지붕은 관측이 있을 때마다 웅장한 소리를 내며 개폐된다. 바로 그 옆에는 안시용 102mm 2대와 실시간 촬영용 90mm 2대가 갖춰진 태양망원경도 함께 설치됐다.
국내에서, 또는 도내에서 ‘첫’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국내 기반이 취약한 분야일수록 더욱 그렇다. 천체투영관 시설물에 들어가는 부품 중 상당수도 수입산이다. 과학교육원의 안태환 연구사는 “우리가 한번 설치해보자는 의지는 좋았지만 국내 추진사례가 없어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아이템 부재가 문제였다. 과학교육원에 배속된 연구원들은 채 상견례도 마치기 전부터 전국을 돌아다니며 전시물 수집에 나서야 했다. 국·공립 과학전시관은 물론이고 일반 기업체가 운영하는 전시관도 발길이 닿지않은 곳이 없다. 안태환 연구사는 “야심차게 시작한 만큼 좀 더 재밌고 기발한 전시물을 해보자고 결의했지만 현실의 벽이 너무도 높았다”며 “교육원내에 설치된 시설물들은 우리 연구원들이 흘린 땀방울의 결과”라고 말했다.
외국 과학전시관을 방문한 연구원은 기발한 전시물이 있을 때마다 이를 스케치해서 갖고 들어왔지만 이를 그대로 만들어줄 국내 업체를 찾지못해 곤욕을 치렀다. 처음에는 제작된 부품들이 하나도 맞지 않아 업체와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고.
“학생들이 과학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연구원들의 의지는 전시된 시설물에서도 무던히 묻어난다. 푸코 진자로 시작되는 과학전시관의 입구에는 안내로봇과 무지개터널이 미래의 과학자들을 환영하고 있다. 전시관내에는 ‘자기부상열차의 원리’와 ‘환상의 볼 서커스’, ‘몸으로 듣는 소리’, ‘춤추는 달걀’ 등 물질과 에너지에 관련된 전시물 32점과 ‘우주에서의 몸무게’, ‘암석은 어디에서 만들어질까’, ‘동물이 보는 세상’ 등 공간 스펙트럼과 관련된 전시물 24점이 비치돼 있다. 아이들에게 과학에 대한 흥미를 일깨워주는 이 전시물들 중에는 그냥 지나가는 게 아쉬울 만큼 기발하고 재밌는 것들이 많다.
과학전시관이 미래와 현재를 상징한다면 자연사관은 ‘과거로 떠나는 시간여행’이다. 과학교육원의 명물인 화석문화전시관과 연계되는 이 전시관에는 용각류, 수각류, 익룡의 골격을 실물 크기로 복원해 전시하고 있으며 선캄브리아대,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 등 지질 시대별로 환경, 화석, 공룡모형을 재현하고 있다. 과거 생명체의 움직임이 궁금한 아이들은 4족 보행과 2족 보행을 직접 체험해 볼 수도 있다.
또 ‘인간과 자연’부스에는 ‘땅·숲·물 속의 생명들’과 ‘공룡들과 사진촬영’, ‘아파하는 자연’, ‘사라져가는 생물’, ‘인간과 자연’ 등 다양한 전시물들이 숨쉬고 있다.
자연사관에 전시된 표본들에 매력을 느꼈다면 분기별로 진행되는 곤충표본 전시실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채집한 곤충을 학생들이 실제로 표본으로 제작하며 희망하는 학생들은 7월과 8월 직접 곤충 채집에도 참여할 수 있다.
물론 과학교육원의 주 업무가 전시물을 관리하는 것은 아니다. 과학교육과 관련된 업무를 전담하게 되면서 다양한 교원연수와 학생 체험교실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일명 ‘성수기’라고 할 수 있는 방학 기간에는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제법 자리를 잡은 꿈나르미 일일과학체험교실은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인기 수업이다. 1년 63일간 진행되는 이 교실은 과학탐구실험, MBL탐구교실, 천체관측교육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초등과학영재교실은 과학분야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과학 영재들을 위해 시작됐다. 추경엽 교육연수부장은 “지역교육청에서 제공할 수 없는 첨단 과학기자재와 심화·차별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며 “학생들은 전자현미경 조작실습과 초고속카메라 및 초전도 실험 등에 참여하게 된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하는 과학탐구교실’과 ‘이동과학체험교실’은 좀 더 많은 학생들이 과학에 친숙할 수 있도록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특히 전교생이 300명 이하인 소규모 학교를 직접 찾아가는 이동과학체험교실은 ‘과학의 보급이라는 취지를 잘 살렸다’는 호평을 받고있다.
2008년 08월 21일 11시 59분 / 교육 Copyright (c) 1999 사천신문 Co.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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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