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이어>
글을 옮기는 사이에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욕심에서 좋은 낱말, 미사여구만을 가려내어 쓰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말을 할 때는 굉장히 날카롭게 비판해 놓고 글로 쓸 때에는 그렇지 못한 경우를 자주본다. 좋은 낱말만을 찾아서 글로 옮겨 놓았기 때문이다. 물론 좋은 낱말만을 고집하여 글로 옮길 수만 있다면 더 없이 좋은 글이 될 것이다. 그

러나 모든 자연의 모습이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이 함께 있을 때 그 아름다움의 진가를 느낄 수 있듯이 글도 마찬가지이다. 좀 좋지 않은 말이라 하더라도 가령, 사투리나 욕지거리라 하더라도 하고 싶은 말을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적어 나가는 버릇, 그것이 글을 잘 쓸 수 있는 지름길이다.

머리로, 입으로 나오는 모든 것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적고 난 뒤에 다시 그 글을 읽으면서 사투리나 욕지거리, 문맥 등을 바르게 고쳐 나가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오랜 기간에 걸쳐 이중언어 생활을 해 왔다. 말은 순수 우리말로 잘 하면서도 글은 남의 글로 써야 했으니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 글로만 쓰면 왠지 조금은 가벼워 보이는 느낌을 받아서 일 것이다.

왜 그렇게 느꼈을까, 꼭 남의 글인 한자로 써야만 귀하고 좋은 글이라고 여겼을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이점을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말 따로 글 따로의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말은 잘 하면서도 막상 글로 쓰려면 탁 막히는 막막함을 맛보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중언어 생활로는 영영 글을 잘 쓸수 없는 것이다.

정말로 글을 잘 쓰는 길은 오랫동안 자기자신이 살아가면서 늘 생각하고 느끼며 자신 있게 말해왔던 삶의 도구인 우리말을 그대로 우리 글로 옮기면 되는 것이다.

1999.05.10~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