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파괴2. 일본인은 적게 먹는다.
아침 일찍 일어나 시장에 나가봤다. 같이 간 제주도 사람들이 토란을 몰라서 뭐냐고 묻는다. 제주도에는 토란이 없단다. 일본에서도 우리처럼 토란에 돼지고기를 넣어서 국을 끓여 먹는다니 제주도 사람들은 너무 신기해 한다. 나한테는 제주도가 오히려 일본보다 더 다르게 느껴진다고 해서 모두 웃었다.
아침 시장에서 찬거리를 사와서 밥상을 차렸는데, 주로 질질하거나 쓴 것들이 몸에 좋다며 많이 먹으란다. 이 사람들은 몸에 좋다는 것 되게 챙긴다. 그런데 정말 의외였던 것은 생각했던 것과 달리 일본인들이 결코 적게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우리보다 훨씬 많이 먹는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한 가지 음식은 적게 먹는데, 대신 여러 종류를 골고루 먹기 때문에 한 끼에 먹는 음식량이 굉장히 많아 질 수 밖에 없다. 나중에 우리 통역을 도와준 유학생도 대표적인 일본인에 대한 오해가 바로 일본인들이 적게 먹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 자신 100Kg을 넘나드는 체중이 일본에 와서 더 늘었다며 걱정이었다.

어업의 전통을 전시하는 '카사사 에비스'
오늘은 리아스식 해안으로 유명한 카사사와 이부스키 온천을 다녀오기로 했다. 나중에 알게되었지만 하루에 다녀오기에는 상당히 무리가 있는 코스였는데 카고시마의 구석구석을 한 곳이라도 더 보여주고 싶었던 코다마씨의 욕심 덕에 압축된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화산암 대지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계곡 ‘고세', 너무나 아기자기한 전통식 생울타리 골목길이 예뻤던 ‘카세다', 돌담마을 ‘이시가끼'... 훌륭한 풍경들이 마음에 들었지만 내용 없이 구경만 다니는 시간이 너무 길어진다 싶어 조금씩 지쳐가고 있을 때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방문지인 '카사사 에비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카사사 에비스'는 일종의 어업박물관이다. 밖에서 봤을 때는 그냥 '전망대'쯤인 것 같아 별 기대 없이 들어섰는데, 신비로운 현관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니 너무나 훌륭한 '종합어촌교육관광시설'이 숨어 있었다. 카사사 지역의 어업과 관련된 전통문화, 포경선으로 대표되는 지역 어업의 형태와 어구 등을 아주 풍성하게 전시해 두고 있었고, 어선을 건조하는 과정을 실물로 볼 수 있고 체험도 할 수 있게 해 두었다. 카사사에서 출발한 요트 세계일주의 기록이 커다란 방 하나를 가득 채우고 있었고, 카사사의 해양환경에 대한 영화를 상영하고 있었다. 밖으로 나오니 요트와 카누 등을 탈 수 있는 작은 마리나가 있었고, 고래나 바다새를 관찰하기 위한 관찰소가 있었는데 동물들을 놀래키지 않기 위해 일종의 '은폐물'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시설 자체가 하나의 미술품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건물의 배치나 형태가 아름다웠고, 실제 전시관과 공연장으로도 활용되고 있었다. 2층에는 식당과 바다 풍경이 훤히 내다뵈는 해수탕과 숙박시설이 있었고, 기념품 판매장에서 팔고 있는 물건들도 하나 하나가 모두 작품이다 싶게 잘 만들어진 것들이었다. 웬만해선 관광지에서 기념품을 사지 않는데, 이 곳에서만 엽서와 노트 등 몇 가지를 샀다. 기념품을 만들려면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걸 보여주는 자료용으로 샀는데, 결국 우리 사무실 식구들에게 선물로 나눠주었다. 당연히 너무 마음에 들어했다.
누구나 우리 사천시의 미래가 해양관광에 달려 있다고들 이야기하지만 실상 다가오는 해양관광의 부흥기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불안하다 못해 절망적이기까지 하다. 변변한 관광기반시설도 없을뿐더러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아이템도 전혀 개발되어 있지 않다. 물론, 무슨 타운이니 공원이니 하는 개발계획은 나와 있지만 이것들도 어디에나 있는 식상하기 짝이 없는 시설들로, 우리 지역의 자연환경과 문화를 특성화시켜 환경보전과 주민 소득을 동시에 추구하는 대안적 관광개발의 방향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 측면에서 '카사사 에비스'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바다의 환경이 급속하게 바뀌면서 어업의 형태도 그에 따라 바뀌고, 전통적인 어업은 점점 자취를 감추어가고 있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이런 전통어업을 하나의 문화로 평가하여 기록하려는 노력이 없다. 사라져 가는 전통적 어업의 자료를 모으고 기록하는 것은 교육과 관광에서 충분히 활용될 수 있는 가치를 가지고 있을 뿐더러, 약탈적인 수산업에 따른 어족자원 고갈 등의 폐해가 국제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어업의 원형을 전통적인 어업에서 찾을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진다. 우리 시 관광정책 담당자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곳이었다.

■이종명 사천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