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천신문 ▒▒▒

봉화칼럼

특사경 도입으로 국민 건강권을 지켜야
지난 코로나-19 펜데믹은 전 세계가 사회안전망의 가치를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위기에 제대로 작동하는 국가적 안전망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팬데믹의 대처와 극복 수준이 매우 ......

『 위기의 농촌, 농협개혁부터 시작하자 』

①농민참여없는 농협선거부터 뜯어고쳐야

“농사를 지을수록 빚만 쌓인다.” 농민 출신 강기갑 민주노동당 당선자는 현 농가의 실태를 이렇게 표현했다. 이 말처럼 우리 농가는 지금 ‘사면초가‘상태다. 농산물을 팔아도 남는게 없고 그러다보니 빚만 쌓인다. 농민들은 늘어나는 빚더미에 앉아 농촌 붕괴를 바라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쌀시장 개방 압력은 더해가고 한-칠 FTA체결 등 농산물 수입개방압력도 높아만 간다.
정부가 추진하는 농정개혁 10년 로드맵은 이같은 농촌의 현실을 탈바꿈하려는데 있다. 살기 좋은 농촌, 살고 싶은 농촌을 건설하겠다는 다부진 목표에서 출발하고 있다. 특히 농협개혁은 농민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문제이다보니 농협부터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에서는 창간기획 ‘농촌살리기, 농협개혁부터 시작하자’라는 시리즈를 통해 농협개혁의 필요성과 문제점,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 본다.

선거제도부터 개선하자
오는 25일 치러지는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현 정대근 회장과 이상필 문경 점촌조합장이 맞붙게 됐다. 당초 단독 출마가 유력시 됐던 정 회장에 이 조합장이 농협개혁을 표방하면서 출사표를 던졌다.
정 회장은 “24년간 조합장 생활과 전체 농협을 이끌었던 중앙회장의 경륜과 경험을 바탕으로 그동안 그려왔던 농협개혁을 완성하기 위해 다시 출마하게 됐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이 조합장은 “중앙회 개혁이 농협발전의 길이며 농협개혁에서 90%는 중앙회부터 개혁되어야 한다”며 “이번 총선 결과에서도 나타났듯이 개혁을 원하는 조합장들은 나를 지지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중앙회장 선거에 조합원 참여없다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전국 1332명의 조합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총회를 열어 무기명 비밀투표로 선출된다. 그러나 선거가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조합원들은 후보자가 누구인지, 공약은 무엇인지 알 길이 없다.
그 흔한 토론회 한번 열리지 않았고 선거관리를 맡고 있는 농업중앙회 홈페이지(www.nonghyup. com)에는 선거가 치러진다는 홍보문구 하나 보이지 않는다. 당연히 후보자의 약력이나 공약도 찾아볼 수가 없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만들어진 2-3장의 홍보물이 후보자를 알리는 전부이다. 더욱이 투표권이 없는 조합원들에게는 이 홍보물조차 배포되지 않고 있다.
농업중앙회 홍보 관계자는 “중앙회장 선거는 내부적인 행사이기 때문에 토론회를 개최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농민을 위한 농협을 이끌어갈 회장 선거가 어떻게 내부적인 행사냐‘고 반문하자, 그는 “지금까지 중앙회장 선거가 그렇게 치러졌다”고 답변했다.
농민들은 사실상 살기좋은 농촌을 만들기 위해 앞장서야할 농협과 그 수장을 뽑는 선거에서 외면을 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군사독재시절 체육관 선거냐”토론회 등 공개검증 없는 선거
농협개혁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것은 농민단체들도 마찬가지다. 농민단체들은 선거가 다가오자 성명서를 내고 중앙회장을 선출하는 현행 선거제도 개선에 한 목소리를 냈다.
전국농민연대는 지난 18일 강춘성 전국농업기술자협회 회장을 비롯한 농민단체 회장 7명 명의로 성명서를 내고 현행 선거제도 개선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군사독재시절 체육관 선거도 아니고 공개적인 토론회 한차례 없이 선거당일 후보들의 소견발표 후 곧바로 투표에 돌입하는 것은 사실상 농민들의 선거 참여를 차단하는 잘못된 선거제도”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공약을 사전에 공개하고 후보자간 토론회도 공개된 장소에서 대중적으로 진행해 후보자간 상호검증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그러나 선거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같은 농민단체들의 거센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민동욱씨는 “현행 선거방식으로는 후보자의 정책이 무엇인지 조합원들이 알 길이 없다”며 선거방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협중앙회장 임기를 4년 단임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농촌개혁 과제 20가지 요구사항을 중앙회에 전달하면서 회원조합에 대한 무원칙한 사업 및 자금 배분을 막고 책임경영 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농협중앙회장의 임기를 4년 단임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농연은 이를 통해 중앙회 및 회원조합의 당면 개혁 과제를 책임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조합장,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뀌어야
직선제로 선출되는 조합장 선거에 대한 개선도 도마위에 올랐다. 직선 조합장들은 인사권을 포함해 경영 전반에 막강한 실권을 갖고 있다보니 선거 과정에서 불법 타락 선거가 만연해 선거가 끝난 후 구속자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의성축협 조합장 선거에서는 금품살포로 20여명이 무더기로 구속되고 100명 이상이 입건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다. 금품선거로 당선된 일부 조합장들은 임기내 ‘본전’을 뽑으려는 생각에 대출비리 등을 저지르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농협 임직원들의 임금인상 요구를 들어주는 식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농민단체 관계자들은 “농협 개혁은 무엇보다 직선제로 선출된 조합장이 모든 경영권을 갖는 시스템을 바꾸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며 “조합장 선거가 금품이 살포되는 등 타락과 불법이 난무하고 그 결과 방만한 경영과 비리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조합의 경영은 직선 조합장이 아닌, 전문경영인(CEO)에게 맡겨야 한다고 이들은 주장하고 있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경영부실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선거과정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일반 선거에 준하는 강한 처벌이 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조합장 선거를 중앙회장이 관리하고 있고, 중앙회장 선출은 조합장들의 투표로 이루어져 이같은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농협중앙회장이 관리해 오던 조합장 선거를 중앙선관위로 위탁할 수 있도록 법 제정을 서두르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한민수 한농연 정책실장은 “이번 선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농촌을 얼마나 개혁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지를 조합원들이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마저 개혁이 실패하면 농협의 존립은 물론 우리 농업의 미래까지 불투명해 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농협개혁은 선택이 아니라 필연적인 수순”이라며 “우선적으로 선거제도부터 뜯어고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농촌을 살리기 위해서는 농협부터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서대문구에 위치한 농협중앙회 건물.

2004년 05월 27일 9시 42분 / 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