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삶을 한과 눈물, 허무, 사랑으로 승화시켜 시를 통해 우리가락에 맞춰 정겹게 노래했던 시인들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서정시인으로 맥을 이어온 故 박재삼 시인의 2주기 추모식과 함께 백일장이 지난 8일 오전 10시부터 노산공원에서 개최되었다.

한국예총사천시지부(지부장 강사랑)가 주최하고 한국문인협회 사천시지부(지부장 천덕찬)가 주관한 이날 백일장에는 민영 시인과 故 박재삼 시인의 부인인 김정민여사(60), 시민, 학생 등이 참가해 추모시, 낭송, 문학강연과 함께 백일장에 이어지는 순서로 고인을 추념하였다.

이 날 있었던 백일장대회는 일반부와 고등부, 중등부, 초등부로 나누어 기존 신청을 접수한 학생들이 참가하여 열었는데 시제에 따라 운문과 산문에 구분없이 자유롭게 문예작품을 현장에서 제출했다.

<목섬앞바다> 삼천포초등학교 2학년 협동반 신경주
푸른바다 한가운데 목섬앞바다
1년에 한번씩 길이 열리면 친구야 놀러나가자 목섬앞바다로...
우리에게 희망주는 목섬 앞바다로...

<여름바다> 삼천포중앙여중 3학년5반 조지선
이어진듯 바다와 하늘 사이엔 외로움이 배어난다.
퍼렇게 멍든 바위위에 서서 조용히 눈을 감으니 파도소리 철썩철썩
하얀눈물로 나를 반기고 끈적한 바닷바람 내마음을 적신다.
한여름지나 사람들의 흔적 하나둘 사라지면 모래위에 추억
하얀눈물로 지우듯 배지나간 자리의 잔잔함 깊은바다 고요함 속에 묻어버린다.
아마도 여름바다가 끝없이 보이는건 눈물을 머금어서 인가보다.
외로움으로 삼켜서 인가보다.

<고향바다> 그리움 삼천포여자종합고등학교 2학년 정반 강성희
20년만에 찾은 그곳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모래성을 쌓으며 뛰어놀던 백사장도, 온몸을 시원하게 적셔주던 바다도, 큰배의 선장이 되리라던 내 어릴적 꿈도 다 그대로인데... 내곁에 없는 것이 있었다.

20년전. 우리 가족은 선장이신 아버지와 몸이 많이 아프신 어머니의 요양차 넓은 바다가 시원하게 보이는 한섬에 가정을 꾸리고 살았다. 큰배의 선장을 하시던 아버지는 까만 콧수염에 언제나 자상하신 분이셨다. 난 늘 버릇처럼 아버지보다 더 크고 훌륭한 배의 선장이 될꺼야라고 말했다. 그러면 장난끼가 많으신 아버지께선 그럼~ 우리 나중에 누가 배가 더 빠른지 내기할까? 하시며 내 장난, 아니 내 꿈이야기를 들어주셨다.

그렇게 아버지는 나의 든든한 후원자이셨으며, 내 꿈의 우상이셨다. 아버지께선 한달에 한번씩 먼 바다에 고기를 잡으러 나가시곤 했는데...

그날은 유난히도 날씨가 매서웠다. 아침부터 바람이 몹시도 불더니 아버지께선 바다에 나가실 무렵에는 굵은 빗방울까지 떨어지기 시작했다. 바다에 나가기를 만류하는 우리에게 아버진 어머니의 병원비를 구해야 하신다며 바다에 나가신다며 옷 보따리를 챙기셨다.

여느때 처럼 어머닌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바람도 많이 부는데 반찬은... 하시며 사랑이 가득담긴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셨고.. 그럴때면 아버진 민호야 우리 누가 선창가까지 빨라 뛰나 내기할까? 하시며 괜히 딴청을 부리셨다. 그렇게 아버진 우리 가족의 걱정과 꿈을 안고서 멀리 바다에 나가셨다.

그날 저녁, 바람이 더욱더 세지더니 급기야는 아버지께서 애지중지 키우시던 나무가 부러졌고 모두들 태풍이 온다며, 집안 살림도구를 정리하느라 야단법석이었다. 어머닌 아픈 몸을 이끄시곤 밤새 뜬눈으로 기도를 하셨다. 우리 민호아버지를 살려주세요 라고. 그렇게 비와 바람은 끊일줄을 몰랐고, 어느새 새벽이 밝았다.

어제 태풍이 불었었다고 밑기지 않을 정도로 날씨는 화창하게 개어 있었다. 아침 일찍 식사를 마치고 바닷가에 나갔다. 태풍때문인지 바닷가 곳곳에는 미역이며, 조개며, 많은 것들이 널려있었다. 난 정신없이 미역과 조개를 주워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주웠을까? 옆집 할머니가 내 이름을 마구 불으셨다. 그리곤 내 손을 다짜고짜 잡으시더니 선창가로 달려가셨다. 선창가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어머-어쩜 좋아? 쯧쯧, 불쌍한 것~ 사람들이 나를 보고 이상한 말들을 했다. 웬일이신지 어머닌 주저 앉아 울고 계셨고, 종구 아버지께선 어머니 앞에 무릎을 꿇고 연신 죄송합니다만 읊어 대셨다. 엄마, 아빠 오셨어? 야호- 이번엔 아빠가 내 책상 사주신댔는데...아빠 어디계셔- 아빠를 찾는 날 엄만 부둥켜 안고 마구 우셨다. 그리곤 이야기 하셨다.

술에 취해 물에 빠진 종구 아버지를 구하시려다 물에 빠지셨구... 그렇게 돌아가셨다고 했다. 난 우리 아빠 내놔요. 아저씨, 지금 장난하시는 거죠? 얼른 울아빠 내놔요.

-1999.06.14~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