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무렵 마을의 한 할머니는 자기 며느리가 입산해 빨치산이 된 아들을 만나고 올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탄원한다. 김범우가 심재모와 염상진 사이를 중개하여 준 덕택에 손자를 보고 싶어하는 이 할머니의 간절한 소망은 성취된다. 하지만 이 일로 계엄사령관 심재모는 공산당과 연락했다는 누명을 쓰고 구속되고, 그 탄원 운동을 하던 서민영마저 체포된다. 벌교에서 절망을 느낀 김범우는 서울로 올라갔으나 정국 돌아가는 실상에 더욱 낙망한다.
이 무렵 토지 개혁이 실시되나 그 결과는 농민들의 기대에 크게 어긋난다. 벌교에서는 안창민의 배후 조정으로 소작이들이 토지 분배를 주장하여 데모를 일으킨다. 이러던 중에 6·25전쟁이 일어난다. 염상진을 벌교 군당위원장이 되어 경찰과 계엄군이 떠나 버리고 없는 벌교를 접수한다. 전쟁을 맞아 김범우는 서울시 문화선전부 소속으로 변신한 친구 손승호와 함께 전주까지 왔으나 인민군에게 체포된다. 여기서 OSS대원으로 함께 지냈던 인민군 장교 박두병을 만나 그의 도움으로 문화선전원으로 활동한다. 그러나 미군의 인천 상륙 작전이 성공을 거둬 인민군은 후퇴하게 되고 김범우는 낙오된다. 벌교의 염상진은 대규모 병력을 이끌고 다시 산으로 들어간다.
순천 쪽으로 내려오던 김범우는 미군에게 검속되나 전 OSS대원임이 밝혀지자 서울로 이송되어 CIG대원들의 통역관으로 전선을 누빈다. 인민군이 퇴각함에 따라 벌교로 되돌아온 염상구는 책략을 써서 솥공장 딸 윤옥자와 결혼하는데 성공한다. 한편 영창에 갇혔던 심재모는 전쟁이 터지자 전선으로 배치되었다가 부상을 입고 후방으로 이송되어 병원 생활을 한다. 손승호는 후퇴하는 인민군에서 낙오되어 계룡산의 빨치산 부대에 편입된다. 중공군의 개입으로 후퇴하던 미군 대열에서 탈출한 김범우는 인민군에 입대한다. 전선이 중부 지역으로 고착되면서 빨치산 부대는 점차 위기를 맞게 된다. 대대적인 빨치산 소탕 작전으로 곤경에 처한 남로당 빨치산은 이현상을 총사령으로 하여 지리산에 집결한다. 휴전 협정이 체결되자 남로당은 현실 투쟁에서 역사 투쟁으로 방침을 바꾼다. 이에 따라 새로운 임무를 맡게 될 빨치산 대원들이 속속 하산한다. 소화도 하산하여 정하섭의 아들을 낳아 혼자 기르게 되고, 안창민과 이지숙은 혼인하여 함께 하산한다. 손승호는 하산하다가 발각되어 국군에게 사살된다.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수용된 정하섭과 김범우는 포로 석방 조치에 의해 풀려나는데, 김범우는 역사 투쟁을 위해 남에 남고, 하섭은 북으로 간다. 전쟁 중에 인민군 서남지구 사령관으로 내려왔던 김범우의 형 김범준은 낙오하여 지리산으로 들어간다. 휴전 협정 체결 후 대규모의 국군 병력이 빨치산 토벌에 투입되자 빨치산 전사들은 대부분 죽음을 맞는다. 염상진도 결국 자폭하여 죽음을 택하고, 그의 형 김범준도 죽는다. 살아 남은 하대치는 새로운 투쟁을 준비한다.

이상이 『태백산맥』의 줄거리이다. 『태백산맥』의 배경을 벌교로 선정한 것은 여러 가지로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작가가 어린 시절 벌교에서 잠깐 살았다는 것도 벌교를 중심 배경으로 잡은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벌교의 지리적 특성, 벌교 사람들의 성격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륙지방 사람들이 대체로 보수적인 성향을 지녔음에 비해 벌교 사람들은 새로운 문화나 이념에 대한 갈구가 높고 보다 진보적인 성향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작가 조정래가 추구한 세계 『태백산맥』과 상당 부분 맞아 떨어진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본다. 그리고 실제로 벌교는 일제시대 호남 동부지역의 일제 수탈기지로서 교통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거기서 벌교 사람들의 역사관과 민중의식은 다른 어느 곳보다 깨어 있었다는 측면에서 『태백산맥』의 배경 무대로 벌교를 선택한 것이 아니었나 하고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