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저는 사천시 동림동 서성파라토피아에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지극히 평범한 가정주부입니다. 오늘 제가 “전업주부 가사노동의 가치와 평가"라는 제목을 가지고 여러분 앞에서 감히 발표를 하게 된 동기는 가사노동을 하찮게 여기고, 주부를 무직자니, 솥뚜껑 운전사니 하는 비하되는 말들이 이 사회에 만연되어 있고 오직 돈 버는 일, 돈 되는 일만 일로 보는 비뚤어진 우리 사회의 인식을 조금이나마 바로잡고자 하는 작은 바램 때문입니다.
가사노동, 즉 집안 일이란 주부라는 이름을 가진 모든 여성들이 결코 피해 갈 수 없는 결혼한 여성이라면 누구나 책임져야 하는 우리 여성들의 노동입니다.
우리 여성들은 아이를 기르고, 밥하고, 청소하고, 빨래하는 집안 일을 매일같이 하면서 가정을 책임지고 있다는 가슴 벅차 오르는 보람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만, 간혹 힘들게 키워놓은 자식들과 남편으로부터 무언가 무시당하고 나만 남들에게 뒤쳐진다는 느낌, 또한 가슴을 쓸어 내리는 듯한 허전함, 괜시리 허무함에 빨질 때 이 집안 일이란 것이 과연 어떤 가치가 있는가? 하는 깊은 회의를 느끼지 않은 주부는 아마 없을 것입니다.
실제 주부가 하는 일, 가사노동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모두다 인정하는 반면 그에 대한 평가는 여자이면, 주부이면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고 어떤 특별한 훈련이나 교육이 별도로 필요하지 않는 극히 단순한 일이라고 치부해버리는 것이 이 시대의 안타까운 현실이기도합니다.
최근 여성개발원 분석에 따르면 한국 전업주부 한 명의 월평균 가사노동가치는 최저 85만6천원∼최고102만6천원 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처럼 가사 노동을 돈으로 따져도 상당한 량의 화폐액수가 계산되지만 가사노동은 거기에 더하기 돈으로 따질 수 없는 많은 가치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주부가 직접하기 때문에 가족원이 갖는 심리적 안정감과 내 가족을 위한 일이니 누가 시키지 않아도 돈하고 아무 상관없이 정성을 쏟는 점입니다.
뚜렷한 물질문명의 발달로 단순한 가사노동은 많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하지만 무엇보다도 더 중요해진 가사노동, 주부의 일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 첫째가 자녀교육, 남편외조, 금전 관리 등 그 누구에도 부탁할 수도 없는 관리적인 일, 즉 관리적 노동입니다. 두 번째로 가족원들의 정서, 인격 형성, 나아가 우리는 한 가족이라는 일체감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는 관계적 노동입니다. 이는 돈으로 해결되는 일도 아니요 기계로 해결되는 일도 아닙니다. 오직 가정을 책임지고 있는 우리 주부만이 할 수 있는 참으로 가치 있는 일들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직접 돈을 버는 일, 가정 밖에 나가 공장에 가서, 회사에 가서, 사무실에 가서 일을 하는 것만 노동으로 보는 그릇된 인식이 변해야만 합니다.
가사 노동이란 비단 가족의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만이 아니라 한 인간을 성숙한 사회인으로 길러내고 결핍 없이 자라도록 일상적인 조건을 제공해 주는 일, 가정을 쉴 만한 곳으로 만들어 주는 일, 결굴 사회를 살리는 일이라 할 것입니다.
예부터 우리 민족은 윗사람을 공경하고 어려운 일을 서로가 도와주고 아파하는 아름다운 미풍양속을 지닌 예의바른 민족이었습니다. 하지만 급격한 산업화, 핵가족화로 전통적인 경로 효친 사상은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이렇게 된 배경 후면에는 가사노동이 하찮은 일이라고 단정짓는 남성우월주의에 빠져있는 사람들과 그에 동조한 일부 무책임한 우리 주부들의 책임이 있습니다.
오늘도 가사노동에 전력을 다하고 계시는 1200만 주부 여러분!
가사노동은 사회라는 톱니바퀴가 쉼 없이 돌아갈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기본 조직인 가정을 유지하고 사회의 계속적 발전을 위해 인적 자원을 길러 내는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고 신성한 노동입니다.
21세기의 주연 배우는 바로 우리 주부들입니다.
주부 여러분! 항상 떳떳하게 일하고 우리의 노동에 자부심을 가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