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예순을 넘고 보니


가난한 삶에 묻혀 세월이 빠른 것을
예전에 미쳐 몰랐는데
계절은 약속대로 제자리에 서고
오랫만에 후배와 올라본 산에는
소슬바람이 간지르며 지나가는 길목
억새풀 옹기종기 정겹기만 하고
사이사이 비집고 들국화가 군데군데
앙증스런 꽃 깨물고 싶다
연보라 꽃망울이 빛바랠가 두렵다
풍만한 계절 만추의 문턱에서
내 몸은 으스러지듯 외로움에 떨고 있다
세상 모든 인연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는데
많이 그립고 보고 싶어라 그리운 어머니
어느듯 내 나이 예순을 넘었어도
마음은 색동저고리
되돌아 가기에는 너무 멀게 살아왔구나
미쳐 깨닫치 못한 불심에 후회가 가슴앓이 되어
흘러내리는 세상인연 다 끊고 산사에 살을걸
지나온 뒤안길에서 만났던 바람같은 인생사를...

이양순 주부(좌룡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