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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작 '등신불'의 산실 다솔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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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문협회장 김진환-
덥지 않은 여름이 있을까마는 금년 여름은 유별난 것 같다.
초여름엔 수십 년만의 가뭄이라 온통 양수기 보내기 운동이더니, 그 양수기가 현지에 닿기도 전에 집중 호우로 홍수 물벼락을 만나 넘친 물을 퍼내 버려야하는 역경에 이어, 어떻게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지···. 하긴 기껏 해봐야 영하에서 영상에 이르는 40도 정도의 온도 변화에 이렇게 맥을 못추니 자연의 변화 앞에 인간은 역시 보잘것 없다는 새삼스러운 생각이 든다.
화두에 뜬금없이 더위 타령인 것은 오래 전부터 마음에 두었던 김동리 선생의 「등신불」의 집필 배경이 된 다솔사(多率寺)를 찾는 길이 무덥기 때문이리라 .
다솔사는 사천시 곤명면 용산리에 소재한 고찰로 사천시에 사는 우리들은 이래저래 예사롭게 찾는 절이다. 그런데 오늘은 저 유명한 「등신불」의 창작배경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항간의 이야기를 확인하고, 구체적인 정황을 알아 동리 선생의 문학의 향기를 다시 한번 음미하면서 소설을 감상하고 또한 작품을 쓰고자 뜻을 가진 후학들에게, 작가가 처한 환경과, 보고 듣고 느끼고 하는 온갖 형태의 경험들이 작품으로 형상화될 수 있는 과정을 짐작하고, 큰 공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서다. 더구나 「등신불」 같은 명작의 산실이 다른 데도 아닌 우리 고장이라는데 새삼 친근감과 정겨움을 느끼는 것은 소설을 남달리 좋아하는 나만의 편향된 정서가 아닐 것이라고 믿으면서.
단편소설 「등신불」은 고등학교 검인정 문학 교과서에도 실린 바 이미 읽었을 독자들이 많겠지만 이해를 돕기 위하여 작품의 개괄적인 내용과 해제를 먼저 적고 이야기를 계속하기로 하자.
나는 일제 말기(1943년) 학병으로 끌려가 중국 南京에 주둔해 있다가 대학 선배인 진기수의 도움으로 부대를 탈출하는데 성공하고 밤중에 낯선 산길을 헤매어 정원사란 절에 숨어든다. 진기수에게 써 보인 혈서와 그의 소개장이 정원사의 직전 주지 원혜대사의 신뢰를 얻어 몸을 의탁할 수 있었던 ‘나'는 그곳의 금불각에 안치된 책상 다리로 앉은(가부좌상) 등신불을 보게 되는데, 이상하게도 자비로운 불상이 아닌 인간적인 비원을 담고 있는 모습에서 충격과 전율을 느낀다.
그 불상의 내력은 옛날 소신공양(燒身供養)으로 성불(成佛)한 ‘만적'이라는 스님의 타다 굳어진 몸에 금을 씌운 것이라는 사실을 원혜대사를 통하여 듣게 된다.
만적이란 스님은 당나라 때의 사람으로 자기를 위하여, 배가 다른 형을 독살하려는 어머니로 말미암아 갈등하고 고민하다가 먼저 집을 나간 형 ‘신'을 찾아 헤매었으나 찾지 못하고 불가에 몸을 맡기게 된다. 10여 년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찾던 이복형을 만나지만 문둥병에 걸려 고통받고 있음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형은 어찌하여 이런 천형에 고통 받아야 하는가. 그리하여 인간사의 번뇌를 소신공양으로 극복할 것을 결심한다. 그가 1년 동안의 준비 끝에 (소신공양을 하기 몇 달 전부터 하루 깨 한 접시만 먹고, 가부좌한 상태로 이레 만에 한 번씩 온몸에 들기름을 붓고 바름) 소신 공양을 하던 날, 여러 가지 이적이 일어나는데 새전(賽錢 - 부처 앞에 드리는 돈)이 쏟아지기 시작하여 그 돈으로 만적의 타다 굳어진 몸에 금을 씌우고 금불각을 짓게 된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나는 그 불상이 인간적인 고뇌의 슬픔이 서려 있음을 충분히 이해하게 되는데 이야기를 하던 원혜대사가 갑자기 남경에서 진기수씨에게 혈서를 쓰기 위해 손가락을 물어뜯은 그 집게손가락을 내 보라고 한다. 왜 그 손가락을 들어보라는 건지 아무 설명이 없는 가운데 정오를 알리는 북소리와 木魚 소리만 들려온다.
위와 같은 줄거리로 된 이 작품의 갈래는 길이로는 단편 소설이며 구성 방법상으로는 액자소설이다. 액자란 사진틀 그림틀 하는 내용물을 끼워 넣는 틀로서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들어있는 형식을 말한다. 즉 “내"가 중국 남경에서 정원사로 피신하여 금불각을 보게 된다는 이야기와 원혜대사와 마지막 대화를 나누는 이야기는 액자 (틀)에 해당하고, 만적이 집을 나와 소신 공양을 하게 되는 중심이야기는 액자 안의 내용물에 해당한다 하겠다.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1943년 태평양전쟁 시기이며 공간적 배경으로는 중국 양자강 북쪽 정원사이다. 서술 시점은 1인칭 관찰자 시점과 소신공양을 한 만적의 이야기 부분은 3인칭전지적 작가 시점 두 가지가 쓰였다. 2002년 01월 21일 10시 51분 / 종합 Copyright (c) 1999 사천신문 Co.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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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