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진


기적소리 잠시 쉬어가는 바닷가
하얀 속살 드러나는 바다위로 새들이 난다
수면에 내려앉은 수평선 멀리 안개가 피어나고
곧 다가올 어둠을 준비하며
오징어잡이 불빛 서둘러 바다를 밝히고 있다
쓸쓸히 꽂혀있는 소나무 사이로 늙은 해가 떨어지고
모래사장에 남겨놓은 내발자국도
밀물 드는 바닷물에 지워지고
주위에 둘러처진 철조망 같은 나날들
가끔, 마음이 먼저 여기에 닿기도 했으리
요란한 비명소리 지르며 뭍으로 오르는 바다는
방파제에 제 몸 부서지는 아픔에 젖기도 하지만
내 지친 손마디 담그고픈 정동진의 바다
외로운 영혼을 위해 남겨둔 벤치마다
늦은 계절이 쉬었다 가고
바닷바람에 머리카락 역사(驛舍) 쪽으로 날리는 소나무와
누군가 머리 남겨둔 시(詩)를 읽으면
가슴으로 별빛 먼저 내린다
이곳 어딘가에 비상을 꿈꾸는 갈매기떼가 있을까
밀려오는 노을 한 자락으로 덮이는 세상
바다는 서둘러 밤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