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강댐 건설과 함께 고향이 물에 잠겨버린 진주시 귀곡마을 주민들이 진양호 언덕에 망향비를 세운데 이어 ‘내고향 까꼬실’이란 책을 엮어냈다. 귀곡마을의 이야기를 담은 책은 지난 1996년 펴낸 ‘까꼬실-각후재 후예들’에 이어 두번째.
‘까꼬실’이란, ‘귀곡’(貴谷)을 이 지역 사람들이 이르는 말이며 ‘각후재’(覺後齋)는 조선말 이후 이 지역 초등학교 구실을 하던 서당 이름.
‘내고향 까꼬실’에는 지난 15일 제막식을 가진 망향비 비문과 실향민회관 건립 관련 내용, 까꼬실의 역사, 지역 출신 인사들의 글, 남강댐과 까꼬실, 실향민회, 귀곡초등학교 동창회 등 이 마을과 관련한 모든 자료를 알뜰하게 모아 정리했다.
특히 ‘까꼬실의 역사’에서는 문화재와 유물을 사진과 함께 소개한 뒤 문화재·유물과 관련한 인물을 소개하고 있다. 또 정종섭(덕오초등학교 교장) 씨가 쓴 ‘까꼬실의 변천사’는 마을의 역사를 시기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일종의 ‘이지’(里誌)라 할 만하다. 여기에는 까꼬실의 지명사·자연환경·인물사·전설·지명과 정씨의 집성촌이 된 유래를 자세하게 풀어놓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댐 완공 시점인 1969년 당시 까꼬실의 마을별 가구수와 인구를 정리한 것도 눈에 띈다. 마을별로 살았던 사람과 가족이름, 이주지를 정리함으로써 후손들에게 역사적 사실을 알려주기 위한 시도인 셈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당시 귀곡동은 갓골·아랫마을·하만터·샛골·큰마을·분딧골·한골·새미골 등 8개 마을 257가구 1467명이 살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버려 인구 파악에서 누락된 사람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게 실향민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귀곡실향민회 관계자는 “7년 전 모교 귀곡초등학교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기록으로나마 남기자는 취지에서 ‘까꼬실’을 발간했지만 그것으로는 망향의 응어리를 모두 녹여내기에 턱없이 부족했다”면서 “특히 망향비와 실향민회관 건립과 때를 같이해 역사적 자료를 정리할 수 있어 무엇보다 의미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