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흙과 지형
흙은 모암(암석), 지형, 기후, 식생(생물), 시간 등 5개 생성인자의 상호작용으로 형성된다. 따라서 흙은 어느 인자에 영향을 주로 많이 받고 만들어졌느냐에 따라 그 성질이 결정된다. 흙이 생성되는 데 있어 지형 인자는 경사라는 속성을 지니고 있어 흙의 생성과정뿐만 아니라 농업적으로 매우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흙은 지형과 단면이다'라는 고전적인 명언은 오늘에 와서도 흙 조사 전문가에게 좌우명처럼 현장에서 작용하고 있다. 그만큼 지형은 흙의 종류를 가름하는 흙 단면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지형이 항공사진에 의해 판독되기 시작한 1920년 후반부터 흙 조사에서 흙 종류의 경계선이 더욱 명확하게 구분되면서 농장계획에 정확한 자료를 제공하고 작물의 수량을 예측할 수 있는 흙 관리의 기초가 놓였다.
일반적으로 지형에 의한 지대를 분류하면 산(악)지, 산록지, 구릉지, 선상지, 곡간지, 대지 및 평탄지 등으로 대별된다. 경사 2% 미만의 평탄지형은 해안평야나 큰 강 주위의 내륙평야, 삼각주 등이 속하며 물에 의해 쌓인 충적층을 모재로 발달한 회색토가 많다. 서해안 평야는 세립질이, 동해안은 조립질 흙이 많은 편이며 상류는 조립질이, 하류는 세립질의 분포면적이 넓다.
대지는 평탄지보다 해발이 높은 단구 또는 대지가 속하고 적황색의 홍적층 또는 잔적층에서 구조가 발달한 세립질 흙의 분포가 많다. 곡간지나 선상지는 큰 강의 상류나 소하천이 흐르는 곡간이나 강하구에 형성된 지형으로 충적층에서 발달한 흙에 의해 배수가 양호한 지역은 밭으로, 불량한 곳은 논으로 이용되고 있다. 토성은 주위 모재에 따라 다양하여 100여개의 토양통이 이 지형에 분포되어 있다.
산록지는 구릉 및 산악지 하부에 나타나는 지형으로 붕적층에서 발달된 토양이며 경사도가 30% 미만으로 배수가 양호하고 자갈이 있는 식양질 토양이 많아 전작과 과수 재배 적지가 많이 분포한다.
구릉지는 해발 300m 이하, 경사도 30% 미만인 지역으로 특히 서남부 지역에 많이 분포된 잔적층을 모재로 발달한 흙으로 야산으로 불리는 저구릉지는 밭작물 재배지로 유명하다. 지형이 특이한 제주도는 화산활동에 의한 화산과 기생화산의 분출로 용암대지가 주 지형을 이루고 화산회에서 유래된 흙은 육지와는 매우 다른 성질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는 산지토양이 국토의 반을 점하고 있어 경사지농업이 중요하며 더욱이 매년 1,200mm 내외의 강우가 여름 한철 집중되어 침식, 범람이 연례행사가 된 현실에서 경사지농업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매우 심각하다. 흙의 유실을 막고 물을 오래 지니게 하는 보전농법이 경사지 흙 관리의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