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화 등 기본장비는 ‘기본’


겨우내 움츠렸던 기운이 기지개하면서 봄소식이 활짝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주말이면 산행 계획을 세우고 채비를 하는 사람이 부쩍 늘어나는 것은 당연지사.
특히 공무원들의 골프가 입방아에 오르내리면서 건강관리를 위해 ‘특별히 따로 기술을 배울 필요 없는’ 등산으로 너도 나도 춘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모든 운동이 그렇듯이 ‘건강’을 지키려다 자칫 잘못하면 도리어 큰 사고를 당하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한다.
자연만 겨울동안 움츠리고 있었던 것이 아니고 우리의 몸도 마찬가지로 움츠리고 있었다는 것을 간과하고 ‘무리’를 하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사태까지 야기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몸에 대한 과신은 금물. 안전한 산행으로 올 한해 ‘건강한 생활’을 하기 위한 기초를 만들자.
△산악안전사고 빈번
경남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최근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등산객이 증가함에 따라 산악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2월 한달만 해도 71건이나 신고돼 121명을 구조했다. 지난해 한햇동안 444건 531명을 구조한 것과 비교하면 봄철 안전사고가 잦음을 알 수 있다. 산에서 절벽이나 바위에서 떨어지는 낙상사고가 아니더라도 무리한 운동으로 인해 심장질환 등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구조 관계자들에 따르면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것은 오후 무렵. 오전에 열심히 산에 오르며 자신의 체력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가 오후에 탈진을 하며 발을 헛디디거나 집중력이 떨어져 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따라서 ‘여분의 체력’은 꼭 챙기라는 것이 이들의 조언이다.
△안전한 산행의 기본
등산을 ‘장비’가 필요없는 ‘돈이 전혀 들지 않는 운동’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기본 장비’는 말 그대로 기본이다. 당일 산행이라 해도 그 날의 일정과 날씨에 맞게 등산에 알맞은 방수방풍의 등 의복과 등산화·물·랜턴 등을 갖춰야 한다.
1박을 하지 않더라도 사탕이나 초콜릿 등 빨리 열량을 낼 수 있는 비상식량도 등산 가방 한쪽에 넣어두자.
등산로의 여건을 미리 생각하고 통신장비 등 기본 등산장비를 챙겨 출발해야 하며, 지정된 등산로를 이용하고 계곡·폭포 등 위험한 곳엔 접근을 금한다.
등산로를 벗어난 곳에서는 사고를 당해도 사람들이 잘 지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쉽게 구조되기 힘들 수도 있다.
폭우 등 기상 특보가 발효되면 등산을 중단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의외로 이를 무심히 넘겨 큰 사고가 닥치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매년 본다. 낙석을 조심하고 나뭇가지를 잡는 일은 위험하며, 자신의 경험과 기술을 인지하지 못한 무리한 산행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산행 중 위험에 처했을 때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알아야 구조 요청도 할 수 있다.
단순히 “무학산 산행 중 절벽에서 떨어졌다”거나 “정병산을 내려오다 다쳤다”는 말만으로는 구조자도 난감하기 그지없다. 등·하산 중 설치된 위치표지판 등을 숙지하면 쉽게 위치 설명을 할 수 있다.
저체온 증상을 보이면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등 열손실 방지책을 강구해야 한다. 체온을 유지시켜 주는 재질의 등산복과 여벌의 옷을 준비하고 보온을 위한 덧옷과 마스크·모자 등은 필수 준비물이다.
40대 후반의 김모씨는 지난달 화창한 날씨에 가벼운 마음으로 정병산에 올랐다가 ‘큰 일’을 당할 뻔 했다.
부들부들 떨며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지만 김씨는 원인을 몰랐다. 마침 동행한 사람들이 김씨의 상태를 보고는 재빨리 옷을 벗겨냈다. 문제는 속옷 대신 입은 면 티로, 땀을 잔뜩 흘린 후 높은 곳에서 잠시 바람을 맞자 땀이 얼음처럼 변해 체온이 급격히 떨어졌던 것이다.
산행 중 심혈관 등의 증상이 생기는 사례도 많다.
등산은 무엇보다 심폐기능의 강화에 도움이 되지만 혈압이 높고 순환기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오히려 해가 있을 수도 있다. 나이가 들어 혈관의 탄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산행을 하면 심장 등 몸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평소 심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은 스스로 조심, 등산시 혈관확장제 등을 준비해야 한다.
등반 도중 갑자기 가슴 부위에 통증이 오면 편안한 자세로 휴식을 취하고 등산을 포기해야 한다. 휴식을 할 때는 신발을 벗어 발을 편안하게 하고 혁대 등도 되도록 느슨하게 한 후 나무 등에 기대 몸을 안정시켜야 한다.
관절염이 있는 사람이 산에 오를 때는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 더 천천히 걸으면서 보폭을 줄이는 것이 좋으며 지팡이나 스틱도 충격 분산 효과가 있으므로 효율적이다.

‘산행 수칙 10가지’ 꼭 메모하세요
△ 산행은 아침 일찍 시작하고 해지기 한 두 시간 전에 마쳐라. △ 하루 산행은 8시간 정도로 하고 체력의 3할은 항상 비축하라. △ 2인 이상 등산하되 일행 중 가장 약한 사람을 기준으로 산행하라. △ 산에서 무게는 적이다. 가급적 30㎏ 이상은 지지마라. △ 배낭을 잘 꾸리고 손에는 절대 물건을 들지 마라. △ 등산화는 제일 중요한 장비다. 발에 잘 맞고 좋은 것을 신어라. △ 산행 중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지 말고 조금씩 자주 먹어라. △ 길을 잘못 들었다고 판단되면 빨리 돌아서라. △ 장비는 항상 손질을 해두고 산행 기록은 반드시 써라. △ 산에서는 아는 길도 지도를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