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천신문 ▒▒▒

봉화칼럼

특사경 도입으로 국민 건강권을 지켜야
지난 코로나-19 펜데믹은 전 세계가 사회안전망의 가치를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위기에 제대로 작동하는 국가적 안전망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팬데믹의 대처와 극복 수준이 매우 ......

『 수산물 명산품 이야기 ⑪ 물메기 』

호랑이 없는 골짜기에선 토끼가 왕이라는 속담도 있지만 수산자원이 나날이 감소하다 보니 전혀 생선 같지도 않은 생선이 어물전의 상석을 차지하는 일이 많아졌다. 거름으로나 쓰이던 도루묵이 금값이 되었는가 하면, 포(脯)나 뜨는 게 고작이던 쥐치가 횟집에선 인기를 끌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극적인 변신을 거듭한 놈은 물메기가 아닐까 싶다. 물메기는 곰치과(科)의 해산어류. 어류라고 해도 솔직히 생선이라고 부르기엔 민망한 것이 바로 이 물메기이다.
금방이라도 녹아 내릴 듯이 흐물흐물한 살집에다 둔하기 짝이 없는 생김생김. 그래서 강원도에선 놈을 꼼치, 물곰이라 부르기도 한다.
물메기는 원래 생선 취급을 받지 못했는데 생김새마저 흉악하다 보니 놈이 잡히면 어부들이 재수 없다며 다시 바다에 던져 버렸다고 한다. 그때 물메기가 물에 빠지는 소리를 흉내내서 물텀벙이라 불렀다고 한다. 물메기가 얼마나 천대를 받았는지 잘 알려주는 별명이다.
물메기는 우리 바다 전역에 서식하고 있는데, 외국에서도 물메기가 있었던지 영명까지 전해온다. 영어로는 물메기를 스네일피시(snailfish)라 한다. 말 그대로 달팽이 고기라는 뜻이다. 아마도 흐물거리는 살결이 달팽이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 듯 싶다.
자산어보에는 해점어(海鮎魚)에 속하는 어류로서 바다메기(海鮎魚, 속명; 迷役魚), 홍달어(紅鮎), 포도메기(葡萄鮎), 골망어(長鮎)를 들고 있는데 이 중 속명이 미역어(迷役魚)인 해점어는 물메기, 홍달어(紅鮎)는 꼼치로 추정된다.
‘바다메기(海鮎魚); 큰놈은 길이가 두 자를 넘고 머리가 크고 꼬리가 뾰족하다. 눈은 작고 등은 푸르며, 배는 누렇고 수염이 없다(담수에 사는 놈은 누렇고 수염이 있다). 고기 살은 매우 연하다. 뼈도 무르다. 맛은 싱겁고 곧잘 술병(酒病)을 고친다. 상하기 전에 삶으면 살이 모두 풀려버리므로 그것이 상할 때를 기다려 먹어야 한다’
‘홍달어(紅鮎); 큰놈은 두 자가 조금 못되고 머리는 짧으며 꼬리는 뾰족하지 않다. 몸은 높고 좁으며 빛깔은 붉다. 맛은 감미롭고 구이에 좋으며 바다메기 보다 낫다’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우리나라 호남 부안현 해중에 수점이 있는데 살이 타락죽 같아 양로에 가장 좋다’고 한 것이 있는데 이것은 물메기, 또는 같은 꼼치과에 속하는 꼼치, 미거지, 물미거지의 어느 하나를 가리키는 것으로 생각된다.
서남해안 바닷가 사람들은 대체로 물메기로 탕을 끓여 먹는다. 기호에 따라 부재료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무나 호박, 콩나물 따위를 넣고 개운한 맛의 싱건탕을 끓이는 것이다. 술 먹은 다음날 아침엔 마누라 보다 더 간절한 것이 해장국 한 그릇인데, 그 쓰린 속을 시원하게 달래주는 게 바로 물메기탕이다.
물론 물메기는 탕 속에 들어가서도 여전히 흐물거리게 마련인데 고기 맛은 별개로 치더라도 그 개운함이 복어 싱건탕에 맞먹는다.
탕은 그렇다 치고 찜은 절대로 불가능할 것 같은 생선이 물메기다. 기분 나쁠 정도로 살이 연한데 그걸로 어떻게 찜을 만든다는 말인가. 하지만 말려놓고 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물메기는 날씨가 추워진 다음에야 건조가 가능한데 구들구들하게 말린 물메기를 쌀뜨물에 끓인 다음 거기에 갖은 양념을 해서 찌 낸 음식이 물메기찜이다. 일반적으로 쪄낸 생선은 다소 퍼석거리기 마련인데 물메기는 특유의 살성덕분에 오히려 쫄깃쫄깃한 맛을 낸다. 물메기찜은 안주감으로 그만 이라는데 물메기찜에 술을 마시고, 다시 물메기탕으로 해장을 하니 이래저래 술꾼들에겐 없어서는 안 될 생선이다.
바닷가 사람들이나 먹었던 물메기가 서울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된 것은 삼척항 일대의 곰치국이 인기를 끌면서 부터다. 강원도 사람들은 물메기를 곰치라고 부르는데 이 곰치에다가 묵은 김치를 숭숭 썰어 넣고 국을 끓이면 삼척의 명물 곰치국이 되는 것이다. 서남해안의 물메기탕이 개운하고 시원한 맛을 위주로 하는 반면 삼척의 곰치국은 시큼하면서도 얼큰한 맛을 자랑한다. 곰칙국을 끓일 때 묵은 김치를 넣어야 제맛이 나는데, 그 옛날 가난한 집안의 허기를 달래주던 곰치국이 요즈음 미식가들의 입맛을 당기게 한다.

2007년 12월 06일 11시 57분 / 농어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