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진실은 당대에 밝혀질 수도 있지만 대부분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 뒤에 밝혀진다.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삶의 진실이나 역사의 진실을 규명할 때 객관적인 시각으로 접근하기보다 자신의 소속 집단의 이해 관계를 염두해 두고 접근하려 하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타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지기 마련이다. 『태백산맥』은 우리 근대사의 진실을 위정자나 힘의 편에 서서 밝히고자 한 것이 아니라 민중의 입장에서 그 진실을 규명하고자 한 것이 이 작품이 지닌 여러 가지 가치 중 가장 큰 비중을 둔 요소가 아니겠는가 하고 생각해 본다.
『태백산맥』은 빨치산의 처절한 삶과 그들이 빨치산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까닭, 그리고 그들이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하는 이유를 규명하고 있다. 빨치산은 지금까지 단순한 반란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는 생존을 위한 피지배 계층의 지배 계층에 대한 투쟁의 과정이며 이것은 엄연한 우리 역사인 동시에 우리가 소중히 간직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사람의 방향을 찾아야 할 하나의 사건이다. 소설 속에 나오는 여러 사건에서 우리 역사의 뜨거운 생명력을 엿볼 수 있다. 독자들은 이러한 글을 읽으면서 때론 분노하기도 하고 때론 눈물을 흘리기도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독자들은 이 땅 역사의 한 부분으로 살아남을 것이요, 진정 참된 역사관을 지닐 것이라 확신한다.
1948년의 여순 사건부터 1953년 10월의 지리산 빨치산 소멸시기까지 5년간에 걸쳐 일어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여 쓰여진 『태백산백』은 우리 민족 최대의 과제인 민족 분단을 해결하기 위해 분단의 원인과 그 극복 작업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기념비적인 대작이다. 이러한 『태백산맥』은 모두 10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짜임은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한의 모닥불」로 1948년의 여순항쟁이 종료된 직후부터 시작된다. 좌익 세력과 우익세력, 지배층과 피지배층간의 대립 구조가 소설의 축을 이루고 있다.
제2부는 「민중의 불꽃」에서는 여순 사건과 6·25전쟁 발발 사이의 기간 즉 ‘민족분단 가속기'의 기록들이다. 제2부에서는 반민특위의 발족과 좌절, 김구 암살, 농지개혁법 국회통과, 미군철수 등의 역사적 사건들이 내용의 주류를 이룬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 아래 농민들의 이승만 정권에 대한 불만은 가중되고 민중의 저항의식이 성장하게 되었으며 전국 각지에서 소작인들의 거센 봉기가 일어나게 된다.
「분단과 전쟁」이란 이름의 제3부는 한국 전쟁 발발 당시의 상황과 부산을 제외한 한반도 전역의 인공치하, 국군과 유엔군의 반격 등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제4부인 「전쟁과 분단」에서는 주로 빨치산들과 국군의 대치상황, 휴전까지 이어지는 그들의 처절한 투쟁을 그리고 있다. 이 부분에서 빨치산들에 대한 역사적 의미를 처음 문학적으로 형상화 시킨 것이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작가가 민중사관 혹은 좌익의 시각에서 분단 이후 한국현대사를 재구성한 ‘민중사관적 현대사의 결정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전 10권으로 된 『태백산맥』의 줄거리를 한번 요약해 보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