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개천문학상’수상자인 김경(본명 김경숙)씨가 첫 시집 ‘붉은악보’ 를 세상에 내놓았다.
1,500만원 고료 ‘제2회 문학과 경계 문학상’시부문 당선 작품집이기도 한 이 시집은 먼저 심사위원인 고은 시인, 김재홍 문학평론가, 송수권 시인의 심사평이 실려 있다. 세상에 처음 공개하는 시인의 시세계에 대한 격려와 질타가 함께 담겨 있어 이채롭다.
“시는 내게 눈물이었습니다. 눈물의 우물이었습니다. 마르지 않은 깊고 깊은, 청태 낀 그런 우물이었습니다. 그 우물을 들여다 보면 바닥이 보이지 않은 물이 찰랑거려 때론 심하게 멀미를 하던 그런 우물의 깊이였습니다.”
지난날 ‘시에 대한 열정’으로 끊임없이 속알이를 한 시인의 고뇌가 이번 시집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내 몸은 붉은 악보/악보마다 꽃이 피었다/악보는 울지 않지만/꽃은 먼저 눈물이 난다/직물공장/폐결핵 같은/내 누이의”(패랭이꽃 전문)
이 시를 두고 고은 시인은 “인생이 있다. 인생의 시가 있고 현실의 시가 있다. 더러 눈에 띄는 관념은 양념이다. 하지만 상상력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여지가 있다.”라고 평을 했다.
“지나치게 욕심이 많고, 샘이 많던 나는 초등학교 때 한 분의 여선생님으로부터 글의 바탕이 되는 정서를 조금씩 배웠습니다. 청보리 길을 걸으며 노랠 부르던 여선생님의 곱디 고운, 그러나 조금은 또 그렇게 슬퍼 보이던 뒷모습에서, 수업 도중에 간간히 창밖을 내다보며 우는 듯이, 웃는 듯이, 그런 모습에서, 나는 동시를 읽었고 일기를 썼습니다.

일기는 내 시의 본령입니다.”
시인은 시는 생활 속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서 시는 술술 나오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늑도’‘유계춘’‘전 구형왕릉’‘화계에서 화개로’‘사량도’‘비토섬에는
이제 토끼는 살지 않는다’등의 시들은 그가 평소 생활 속에서 보고 느낀 것을 진솔되게 시로 표현한 것들이다.
기교를 부리지 않더라도, 억지로 치장을 하지 않아도 시인의 삶속에서 그대로 시가 녹아 나온 것이다.
시인은 “살아오면서 어느 때, 내게 위기가 찾아오는 것은 다른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좋은 암시라는 것을. 내가 가난을 알지 못했다면 오늘의 ‘붉은 악보’는 나의 것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출판기념회는 오는 23일 오후 5시 진주동방호텔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