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하반기부터 직접 농사를 짓지 않는 도시민들도 농지를 무제한 소유할 수 있도록 정부 방침을 밝히자 농민단체들은 투기우려와 함께 경자유전 원칙을 명시한 헌법 취지를 사실상 백지화하는 처사라며 반발하는 등 농지법 개정을 앞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농림부는 지난달 21일 농가인구 감소와 고령화, 개방화를 이유로 내년 7월부터 도시민과 비농업인 등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도 소유농지를 농업기반공사를 통해 전업농이나 농업법인에 장기 임대하는 조건으로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현행법에 따르면 지난 96년 이후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아 농지를 샀을 때는 바로 농사를 지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매년 한 차례씩 실시되는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영농 이행 실태조사’에서 적발돼 농지를 강제 처분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도시민들은 주말·체험농장용으로 0.1ha(300평) 미만까지 농지를 소유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개정안은 도시민 등 농민이 아닌 사람이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은 후 사들인 농지를 농업기반공사를 통해 전업농이나 농업법인에 5년 이상 장기 임대하면 농지소유권을 인정받을 수 있고, 이때 농지에 대한 면적이나 지역 제한은 없다.
농림부는 이달말까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농지법 개정안을 마련, 7월 초 공청회를 열어 정부안을 최종 확정한뒤 올 9월 정기국회에 상정,국회 동의를 거쳐 내년 7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도시민의 소유 규제가 완화되면 도시 인근의 우량 농지를 구입해 농업기반공사 등에 임대를 해 위탁영농 계약을 재연장하면서 개발에 따른 이익을 노리는 투기 세력이 대거 몰리는 등 부동산투기 자금이 농촌으로 유입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미 지난해 초 농지법을 개정해 비농업인의 주말·체험 농장용 농지 취득을 허용한 후 한햇동안 전국적으로 여의도 면적의 5배에 육박하는 4000㏊의 농지가 도시민에게 팔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