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멀미, 배멀미가 심했던 회사원 박모(45)씨는 최근 어지러운 증상 때문에 암이나 뇌졸중과 같이 심각한 질병이 아닐까 염려하면서 초조한 나날을 보냈다.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나 고개를 돌릴 때, 앉은 상태에서 고개를 숙일 때 수초에서 일 분 가량 지속되는 빙빙 도는 어지러움 때문에 불안했다. 특히 잠시 쉬면 증상은 사라지지만 다시 어지러움을 경험하게 될까 두려움으로 괴로워했다. 또 때로는 뒷목이 뻣뻣하고, 뱃속이 거북하고, 오심이나 구토에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식은땀까지 나 사회생활을 하는데도 문제가 생겼다.
박씨의 병명은 ‘양성돌발성 체위변환성 어지럼증’. 이 병은 말 그대로 돌발적으로 특정 체위 또는 자세에서 어지러움이 생긴다.
▲양성돌발성 체위변환성 어지러움 많아
말초성 어지럼증에는 양성돌발성 체위변환성 어지럼증, 전정신경염, 그리고 메니에르병 등이 있다. 이 중 양성돌발성 체위변환성 어지럼증이 가장 흔하다. 처음 증상은 주로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나, 우측이나 좌측으로 몸을 돌릴 때처럼 머리의 위치가 변하면서 어지러움이 나타나게 된다. 가만히 소파에 앉아 있거나, 걸음을 걸을 때는 어지러움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천장이 빙글빙글 돌면서 구토가 나는 증상은 누워 있으면 보통 1분 이상을 넘지 않는다. 그러나, 다시 일어서게 되면 증상이 나타나게 되고 증상이 없는 동안에도 머리가 무겁다든지 약간씩 아찔한 증상이 동반되기 때문에 실제 환자는 며칠 동안 어지럽다고 느끼게 된다. 어지러운 증상 외에 오심, 구토, 두통, 가슴 두근거림 등의 자율신경이 자극됨으로써 나타나는 현상도 동반된다.
양성돌발성 체위변환성 어지럼증은 반고리관이라는 기관에 문제가 발생하여 나타난다. 귀에서 평형을 유지하는 기관은 달팽이관 뒤쪽에 붙어있는 반고리관과 이석기관이라는 곳으로, 어떤 원인에 의하여 이석기관에 존재하는 이석이 떨어져 반고리관내에 위치하게 되고 이것이 머리의 움직임과 중력의 영향으로 반고리관 내에서 움직이면서 감각신경을 자극하게 되어 어지러움이 발생하게 된다. 이석은 말 그대로 ‘귀에 생긴 돌’로서, 실제로는 이석기관의 퇴행성 변화로 인하여 발생한 물질로 이해하면 된다. 그 외에 어지럼증과 함께 귀가 멍멍한 느낌, 청력 감소도 함께 동반되는 메니에르병과 한쪽 전정기관의 기능이 떨어지는 전정신경염이 있다.
▲눈동자 진동측정으로 진단
환자를 특정 체위로 위치시켰을 때 나타나는 ‘안진’으로 진단을 할 수 있다. ‘안진’이란 평형기능의 변화로 인하여 나타나는 느린 움직임과 빠른 움직임을 갖는 눈동자의 반복적인 진동을 뜻한다.
눈동자의 진동을 측정하면 진동의 형태, 방향, 강도 등을 알 수 있게 되고 이것으로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안진은 의사가 눈으로 직접 관찰할 수도 있으나, 컴퓨터 장비를 이용한 전기안진검사를 통하여 정확히 측정할 수 있으며 최근에는 비디오 전기안진검사를 시행하여 보다 더 정확한 안진을 측정할 수 있다.
▲반고리관 내에서 이석제거
치료의 기본 원칙은 이석을 반고리관 내에서 제거하는 물리치료이다.
이 치료는 일종의 자세요법으로 전문의가 이석의 위치를 확인한 후 머리의 위치를 적절하게 움직여 이석을 원래의 위치로 돌려놓는 방법을 말한다.
물리치료만으로도 매우 높은 치유율을 나타낸다. 후반고리관 이석의 경우 90% 정도의 치료 효과를, 물리치료와 약물 투여를 동시에 시행하게 되면 더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리치료는 1~2회 정도로 충분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몇 차례 더 시행할 수 있고 한 번 물리치료를 할 때 3~6회 정도 반복한다. 물리치료 후에는 집에서 고개를 급격히 숙이거나 젖히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밤에 똑바로 누워 베개를 다소 높게 하고 잠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또한, 치료된 뒤에도 되도록 옆으로 눕지 않고 잠을 자는 버릇을 가지도록 해야 하며, 특히 오랜 시간 옆으로 누워있는 것을 피해야 한다. 평상시에는 과격하게 머리를 숙이거나 물구나무 서기, 골프 등의 운동은 피하도록 해야 하며 과식을 하지 않도록 한다. 가벼운 목욕은 괜찮지만 장시간 동안의 사우나 등은 삼가는 것이 좋다. 물리치료 및 약물요법 시행으로 치료가 된 뒤에도 재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한 어지러움을 다시 유발하는 경우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과로와 스트레스, 불면증 등이 가장 흔한 원인이다. 그 외에 흡연, 음주, 감기, 고혈압, 당뇨 등도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평상시에도 규칙적인 생활과 적당한 운동 등을 게을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