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람이라면 「태산이 높다하되…」로 시작되는 시조를 한번쯤 읊조려 보았을 것이다. 그것은 이 시조에 담긴 의미가 깊고 교훈적일 뿐더러 우리의 정서와도 썩 잘 어울린다는 얘기가 된다. 특히 시조의 구성을 등산의 원리에 빗대 거기에 인생이란 중량감 있는 가치를 더함으로써 시공(時空)을 초월해 「사람이란 모름지기 이렇게 살아야 한다」라는 작자 나름의 인생관을 시상(詩想)으로 형상화해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작품세계는 높은 학문과 많은 관리경험 그리고 주역(周易)까지 통달해 임진왜란을 정확히 예언해낼 정도의 통찰력과 인생을 꿰뚫어 볼 수 있는 개안(開眼)이 없이는 불가능 하다. 더욱이 이 작품은 양사언이 명종1년(1546) 문과에 급제해 함흥·평창 등 8개 고을의 수령을 지낸뒤 자연을 즐겨 회양군수로 있을 때 금강산을 자주 오르며 자연과 벗한 경험이 시작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따라서 이 시조를 암송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금까지 거대하고 거역하기 어렵다고 믿어왔던 「운명」이란 실체가 결코 우리인생을 지배하는 요인이 아니며, 험준한 태산을 오르듯 인생에 있어 이상을 세워 이에 도전하고 실행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고 인생의 기쁨을 느끼게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그 기쁨은 기다려서 얻어지는 소극적이고 수동적 기쁨이 아니다.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자신이 직접 산을 올라야만 맛볼수 있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기쁨이다. 다시 말해 처음부터 체념하고 노력하지 않는 자에게는 인생에 있어서 아무런 성취도 보람도 거둘 수 없다는 것을 작자 양사언은 묵시적으로 웅변하고 있다. 또한 작품으로 미루어 말로만 떠들어 대고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연약한 마음을 퍼뜨려 사회전반에 체념의 씨를 뿌리고 돌아다니는 무리들을 일소하고 싶었던 작자의 심정을 가늠할 수 있다.
이 시조는 구성자체가 아주 평범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에 공감이 가서인지 오늘날까지 남녀노소를 가지리지 않고 널리 애송되고 있다.
이 시조는 특히 날이 갈수록 외국산 수입농산물이 밀려들어 농민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오늘의 농촌 현실에 비추어 「운명」이 아닌 「의지」와 「노력」으로 극복하려는 농민들의 가슴에 새겨야 할 양식인지도 모른다. 태산을 오르는 자세로 쉼없이 노력하는 길만이 정복할 수 있다.
또한 젊은이들 사이에 어렵고, 위험하고, 지저분한 일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만연하고 있는데 꿈과 열정을 갖고 도전적인 자세를 견지해야 할 청소년들에게도 이 시조는 매우 교훈적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