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날 정도로 긁적긁적 "엄마, 가려워요"


최근 아이들이 먹는 과자에 든 일부 식품 첨가물이 아토피 피부염을 악화시킨다는 주장으로 아이들의 피부에 대해 관심이 부쩍 늘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아토피 피부염은 표피의 유전자 이상이 면역 기관인 흉선의 성숙 과정에 영향을 주어 생긴다고 한다. 그 결과 아토피 피부염은 유전적으로 약한 피부에 의한 증상과, 제1형 즉시형 과민반응에 의한 알레르기의 양상을 모두 보이게 된다.
아토피 피부염은 나이와 알레르기 반응 여부에 따라 다양하다. 나이에 따른 양상을 보면. 2세 미만에서는 유아형, 2세에서 10세까지는 소아형, 10세 이상에서는 사춘기형의 병변이 흔히 나타난다.
유아형은 흔히 ‘태열’, ‘유아습진’으로 잘 알려진 경우가 많다. 아이들의 뺨이나 이마에 진물이 나는 습진이 생겨 애들이 잠을 잘 안자고 보채며, 진물이 나고 딱지가 생기는 급성 습진의 형태를 보인다. 돌이 지나면 팔다리의 접히는 부위에 습진이 생기거나 건조증이 나타난다.
2세 이후부터 10세 사이에는 얼굴의 염증이 줄어들면서 피부가 접히는 부위인 팔꿈치 앞쪽, 오금, 엉덩이, 목의 피부에 염증이 생기고, 피부 가려움증이 심하게 나타나 애들이 피부를 벅벅 긁게 된다. 피부가 애 같지 않게 거칠고 피부 건조증이 심하게 나타나며, 마른버짐이나 닭살이 심해지기도 한다.
아토피 피부염은 아이가 성장하면서 좋아져 대부분 10살이 지나면 없어지지만 일부는 사춘기 이후까지 지속된다. 사춘기가 지나면서 아토피 피부염은 피부가 두꺼워지고 굳는 태선, 여러 번 긁은 자리의 피부가 콩알같이 단단하게 굳어서 생기는 양진 등의 고질적인 습진으로 변하게 된다.
아토피 피부염은 유전적으로 약한 피부에 의한 민감 증상도 흔히 보인다. 뜨겁거나 차가운 온도 변화, 조이거나 풀 먹인 옷, 털옷이나 합성섬유 등이 닿을 때 자극을 쉽게 받으며, 조금만 땀이 차도 심하게 가려워한다. 아이들이 피아노를 많이 치거나 컴퓨터, 레고 놀이 등을 하다 보면 손가락 끝에 염증이 생기기도 하고, 많이 뛰어다니는 아이들에서는 발바닥 끝에 염증이 생기는 유아 족저 피부염이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아토피 피부염 아이는 몸이 약한 아이를 보호하는 것처럼 덥지도 춥지도 않게, 또 너무 건조하지도 축축하지도 않게 피부를 잘 보호해 줘야 한다.
알레르기 증상도 흔히 나타날 수 있다. 아토피 피부염은 원인 물질에 노출되면 10~20분 내에 반응이 바로 나타나는 즉시형 과민반응에 의한 알레르기이다. 대개 먹는 음식물이나 숨쉴 때 들어오는 여러 가지 물질에 이상반응을 보이는데, 흔한 원인물질로는 집먼지 및 집먼지진드기, 꽃가루, 곰팡이, 동물의 털이나 바퀴벌레 분비물 등의 호흡기 항원과 우유, 계란, 땅콩, 돼지고기, 식용색소 및 방부제 등의 음식물이 있다. 사람마다 반응하는 알레르겐이 다르므로 정밀검사로 확인하여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좋다.
아토피 환자가 알레르기 유발물질에 노출되면 갑자기 아토피가 나빠진다. 호흡기 항원이 맞지 않으면 주로 눈 주위가 갑자기 가렵고 붉어지며 흔히 특정한 시기에만 악화된다. 어떤 꽃가루의 개화기에만 아토피가 갑자기 나빠지는 것이나,장마철이나 태풍이 올 때 집먼지진드기에 의해 아토피 피부염이 악화되는 것이 그런 예이다.
아토피 피부염은 이런 제반 상황들을 종합하여 알레르기와 약한 피부에 의한 병변을 각각 치료하게 된다. 아토피의 약한 피부는 몸이 약한 아이를 키우는 기분으로 관리해야 한다. 아토피를 단기간에 완치시킨다거나 체질을 개선한다는 말은 단기간에 떼돈을 번다고 유혹하는 거짓말과 일맥상통한다. 그런 말에 현혹되지 말고 망가진 약한 피부가 건강하게 될 때까지 꾸준하게 기다리면서 관리하는 노력과 지혜가 필요하다.
아토피의 자극 증상을 줄이려면 뜨겁거나 차가운 온도 변화를 줄이고, 스타킹 같이 조이는 옷이나 풀먹인 옷, 털옷이나 합성섬유 등의 사용을 피하며 부드러운 면으로 된 옷을 입힌다. 땀이 차면 나빠질 수 있으므로 감기가 들지 않는 수준에서 적당히 시원하게 해주는 것도 좋다.
피부건조증이 심한 요즘은 철저한 보습도 중요하다. 덜렁 보습제만 바른다고 피부가 촉촉하게 되는 게 아니므로, 보습 효율을 높이기 위해 수분함유량이 높은 제품으로 시작하여 유분 함유량이 높은 제품을 덧바르는 다단계 보습을 하는 것이 좋다. 목욕은 비누나 때수건 없이 10분 이하 아주 가볍게 하고, 목욕 후에는 물이 마르기 전에 빨리 보습제를 잘 발라준다.
아토피 피부염에서 사용되는 먹거나 바르는 약은 장기적인 부작용이 없어야 한다. 바르는 약은 특히 중요한데, 피부 연고를 부적절하게 사용하면 부작용이 생기기 쉽고, 어떨 때는 오히려 해로울 수도 있다. 외용제는 피부의 상태와 부위에 따라 연고, 크림, 오일, 로션, 겔, 팅크제, 찜질액 등의 다양한 제제를 어떨 때는 강하게, 어떨 때는 아주 부드럽게 사용해야 하므로, 피부 상태가 불안정하거나 보름 이상 장기간 외용제를 사용할 때는 외용제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피부과전문의의 진료를 받는다.
국소 치료에 덧붙여 가려움과 염증을 줄이기 위해 항히스타민제와 비반세포 안정제가 사용된다. 이러한 1차 치료로 호전되지 않는 아토피에는 광화학 요법, UVA1 자외선 치료, 협파장 자외선 치료 등의 자외선 치료를 번갈아가며 사용할 수 있고, 면역 억제제, 인터페론 주사, 태반 주사도 사용되지만, 전신 스테로이드제는 부득이한 경우 외에는 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