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등부 운문 장원

등 대

삼천포여자중학교
3학년 4반 김부경


등대야
바다를 안고
너에게 갔을 때
쉭쉭
조용히 바다위의 길을 만들던
너의 모습을
본 적이 있어

등대야
할머니에게 혼이나
너에게 갔을 때
쉭쉭
따스함으로 날 채우던
너의 손길을 느껴본 적이 있어
버릇처럼 보고싶어
너에게 갔을 때
쉭쉭
맑게 풍기던
너의 향기를 맡아 본 적이 있어

아주 멀리 떠나려고
너에게 갔을 때
쉭쉭
고요히 아픈
너의 울음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어
등대야

등대야
등대야...
널 불러본 적은 없어
세월이 날 훔쳐갈 때
그 때에 너의 이름을
불러볼 수 있을까
등대야!



★중등부 산문 장원

등 대

삼천포중앙여자중학교
3학년 3반 차진미

걷고 또 걸었다. 내 앞에 펼쳐진 무수히 많은 길들.. 그리고 내가 걷는 길 속엔, 그 흙 속엔 할아버지가 존재했다. 바다에서 태어나 바다에서 살고, 바다에서 마지막 숨소리를 마저 놓아버리신 분. 할아버지는 얼마되지 않는 사십년이라는 인생을 바다에서 보낸 분이시다. 분명 할아버지의 짧은 인생속엔 등대가 함께 했으리라. 어두운 바닷가를 헤쳐 나갈 때면 눈 앞에 닥쳐오는 막막함. 그리고 그 힘든 바닷길을 등대의 불빛 하나로 자신의 생명줄을 붙잡고 계셨던 것이다. 그런데 중학교 3학년이 된 나는 지금도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열심히 살면서도 표현할 수 없는 답답함. 앞으로 나아가면 분명 녹야가 펼쳐질 것만 같은데 내 발밑에는 가도가도 끝이 없는 바다의 물살 밖에는 느껴지지 않는다. 내 철없는 마음을 어루만지던 동심조차 이제는 느낄 수가 없다. 할아버지도 이런 마음이셨을까? 어둠의 바닷길을 이렇게 헤쳐 나오셨을까? 할아버지가 걸었던 그 바닷길 속에 등대가 있었던 것처럼 내가 걷는 이 길에 중심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내가 이 길을 걸을 수 있는 것은, 나를 그 속으로 질주하게 하는 가족이 있고, 수많은 책들과 글쓰기를 좋아하는 나의 감정이 있고, 꿈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들은 내 가늘어질지도 모르는 생명줄을 튼튼하게 붙들고 있다.
사는 것이란, 사는 것이란 그럴 것이다. 분명 힘들 것이고, 분명 어려울 것이다. 때론 그리움에 사무쳐 이불 속에 머리를 박고 되뇌일 것이다. 그리고.... 나라는 한 사람도 흙 속에 파묻힌 자연이 되어버리겠지. 할아버지가 존재하는 이 곳을 내가 걷는 것처럼. 등대, 그것은 할아버지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에게도 희망은 있다. 내가 걷는 이 길의 앞에서 오직 나를 인도해 주는 사랑으로 뭉친 가족과, 한 사람의 꿈이 담긴 글과, 내가 꿈꾸는 아름다운 삶.. 나를 비추는 등대를 위해, 나는 그 등대속에 나를 묻고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