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여자고등학교 3학년 조미래

어린 날,
당신의 꿈이 그득 담긴 바다 밑을 보았다 하셨다
세 형님들이 대철로 나가 일을 얻고
세 누이들이 뭍으로 시집을 가도
당신은 우럭과 뽈래기와 감성돔 따위를
어망으로부터 끌어올리는 할아버지를 따라
섬을 둘러 싼 바다 위를 떠다녔다 하셨다
당신의 제일 큰형이 늠름한 사내조카와 형수와 함께
딱 한 번 그 섬을 찾아왔을 적에도
당신은 집 앞 골목에 반나절토록 앉아
낡은 통발 그물을 기우고 있었다 하셨다
왜 그리 젊은 날이 사나웠는지 몰라 하시며
거센 물이랑에 갑판이 뒤집혀
죽을 고비 허다한 시간들이었다고,
그렇게 얘기하시는 당신 눈가가
정말 바다처럼 넘실대기도 하셨다
이제 당신은 여기에서 나의 아버지가 되어
그 가슴에 물을 채우고 홀로 섬을 지키신다
가끔 물새떼가 내려앉았다가 소리도 없이 떠나고
몰아치는 바람이 살을 에이지만
비릿한 톳내음이 여전히 향그러워
건져올린 그물에서 싱싱한 것들을 털어낼 때마다
푸르게 반짝거리던 그 힘찬 지느러미가 그리워,
당신의 잔잔한 기억 속에
아직도 섬이 숨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