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재삼 시인 제3주기 추모백일장 수상작

바 다

바다는 푸르다. 푸른 바다에는 바람이 솔솔 불고 갈매기가 너울너울 날아다닌다. 파도가 철썩철썩하는 바다가 예쁜데 사람들이 쓰레기를 많이 버려서 바다가 병이 났을지도 모른다. 바다가 병이 나면 물고기들이 이사를 간다. 파랗고 푸른 바다가 망해졌다. 사람들이 팔이나 다리가 아플때처럼 물고기들도 아프게 된다. 물고기들이 이사갈 곳이 없으면 죽거나 허리도 구부러지고 아프고 병이 나겠다. 또 알도 못 낳겠고 지구의 물고기도 점점 줄겠다. 그래서 바다를 사랑하려면 공장에서 나오는 더러운 물과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야겠다. 나도 이 다음에 바닷가에 놀러가면 쓰레기를 주어야지! 파랗고 푸른 바다야! 사랑해!
<초등 1부 장원 김은지 삼천포초등학교 1학년 3반>

바 다

살며시 바닷가를 걸어본다.
걷다걷다 푹 앉아
저번에 묻어둔 추억을 파본다.
친구들과 소풍 온일
가족과 나들이 온일
저번에 묻지 못한
추억도 묻어둔다.
훗날 이때의 아름다움을
생각하기 위해
<초등 2부 장원 김가은 노산초등학교 6학년 1반>

바 람

바람에서 어머니의 향기가 난다.
어머니의 품에 안겨 맡았던
그 그리운 냄새가 온몸을 휘감아 버린다.
바람에서 휘파람 소리가 들린다.
언젠가 거리를 지나며 스쳐지나간
그 정겨운 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바람에서 내꿈이 보인다.
한껏 부푼 마음으로 안았던 내꿈이
바람 속에 희미한 영상으로 스친다.
<중등부 장원 이민영 사천여자중학교 2학년 4반>

눈 물

슬픔에 맺힌 작은 이슬은
그 아픔을 말하는
맑은 입술의 입입니다.
웃음에 맺흰 작은 이슬은
그 기쁨을 말하는
맑은 입술의 입입니다.
그 입은 너무 솔직해 버려서
거짓을 말할 수 없고
그 입은 너무 맑아 버려서
진실을 말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는 벙어리 입니다.
매말라 갈라져 버린 입을 가지고 있는
입이 있어도 말하지 못하는
이 시대의 벙어리 입니다.
<고등부 장원 백정환 삼천포고등학교 1학년 1반>

눈 물

슬픔인 줄로만 알았다.
네가 내게로 왔을 때

화-아한 입을 벌린 채 바람결에 솟아 오르던
봄날 분홍꽃잎들 속에도 섞여 날던 너

노을이 지는 저녁 하늘가에
걸려있던 붉은 물기

그 집 앞을 지날 때면 완행버스의 흐린 차창 위에서도
어이없이 달려나오던 너.

나는 몸부림도 치지 않고
시큰한 콧잔등으로 너를 밀어냈었지.

다시 음악소리 들리고 햇살에 눈이 부실 때
이제야 너를 알겠다.

이슬. 태고의 이슬.
나를 푸르게 하는 신비로운 향유(香油)인 것을.
<일반부 차상 대성초등학교 교사 김성란>

-2000년 6월 12일 ~ 6월 18일자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