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가 이상하다. 사고가 날 것 같다. 추락하는 것 같다. 빨리 119나 경찰에 연락해달라.”
지난 4월 15일 오전 11시 30분. 중국국제항공공사 보잉 767기가 김해공항 인근 돗대산에 추락하기 직전, 이 항공기에 탑승해 있던 경산대 이강대(42) 교수가 절박한 목소리로 휴대전화를 통해 구조요청을 했다.
130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참사에서 휴대전화는 아까운 희생자를 줄이는데 한 몫 한 것으로 알려져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휴대전화의 기능을 새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했다.
최근 급속도로 확산된 휴대전화가 각종 사고에서 ‘생명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9월 11일 발생한 미국 테러사태 때도 테러범에 납치당한 비행기 탑승객이 휴대전화를 통해 납치사실을 알렸고,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 붕괴현장에서도 휴대전화는 깔린 사람들을 구조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도내에서도 식품대리점 대형냉장고 속에 갇힌 40대 남자가 휴대전화를 통해 경찰에 구조된 사례가 있다. 지난해 10월 14일 창원의 한 식품대리점에서 업주 문모(45)씨가 2평 가량의 대형 냉장고에 물품재고 정리를 위해 들어갔다가 문이 닫히는 바람에 생사의 고비를 넘나 들었다. 문씨는 영하 5도의 냉장고 안에서 20여분간을 허비한 뒤 갖고 있던 휴대전화를 통해 구조를 요청, 경찰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됐다.
또 지난해 1월 경북 포항에서는 자신의 위치를 전혀 모르는 만취 상태의 김모(46·여)씨를 휴대전화 발신지 추적을 통해 경찰이 2시간여만에 구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촌각을 다투는 위급한 상황에서 휴대전화가 훌륭한 ‘생명지킴이’ 역할을 하는 것은 위치정보시스템(GPS) 때문이다. 위치정보시스템은 휴대전화의 전원을 켜는 순간 휴대전화와 기지국 사이에서 자동으로 신호 교환이 이뤄져 기지국이 휴대전화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장치이다. 그래야 해당 휴대전화로 전화가 걸려올 경우 기지국을 통해 그 휴대전화로 통화를 연결시킬 수 있다.
통신업체 관계자는 “고객이 이동전화로 전화를 걸 때와 끊을 때 이동전화 회사의 데이터베이스에 통화시 거쳐간 기지국의 정보가 남게 되기 때문에 위치추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