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천신문 ▒▒▒

봉화칼럼

특사경 도입으로 국민 건강권을 지켜야
지난 코로나-19 펜데믹은 전 세계가 사회안전망의 가치를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위기에 제대로 작동하는 국가적 안전망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팬데믹의 대처와 극복 수준이 매우 ......

『 내 아버지, 賓면장 』

저번호에 이어
아버지는 적은 국토와 가난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면민들의 식량자급자족을 위해 관공서를 다니시며 수년에 걸쳐 바다 매립허가를 얻어 극동건설에서 공사를 맡아 기공식을 할 때 광포에서 농악대를 동원한 큰 잔치를 열었다.
그러나 극동건설이 부도가 나면서 아버지의 꿈은 이뤄지지 못했다. 요즈음 그곳을 정부에서 매립하여 비행장 부품공장이 들어온다니 만감이 교차한다. 아버지는 당시 50년을 미리 앞서 보시고 꿈을 시작하신 것이니 보통 사람이 가질 수 없는 혜안과 포부를 가지신 분이다.
60대 중반부터 아버지는 곤양 향교의 장의(掌儀)를 10년 이상 하셨다. 당시는 장의가 재정 담당까지 하는 번거로운 일이라 내내 사양을 하셨지만 10년 연임을 하시게 되었고 나중에는 향교의 전교까지 4,5년간 맡게 되셨다.
그리고 곤양 경로당을 창립해서 3대까지 회장을 하시면서 노년의 어르신들의 놀이터를 옛날 우체국 자리에 마련하시고 아버지의 사랑채에는 바둑 두시는 분들로 늘 여가를 즐기는 분들이 계셨고 혼자 계실땐 삼국지를 6번 통독하시고 그 외에도 책읽기를 무척 즐겨하셨으며 심심하시면 혼자서 골패를 돌리셨다.
여름에 머슴이 피운 모깃불이 있는 평상에서 옛 위인들의 일생과 선인들의 용맹한 무용담을 듣는게 우리 자식과 고향 어른아이 모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드는 즐거움이기도 했다.
또 면민들의 건강에도 아버지는 후덕한 일들을 하셨다. 내 둘째 오빠(고 빈남수 박사)가 사천 비행장 의무대장으로 계실 때 면민중 돈이 없어 병원 치료가 어렵거나 전문 치료가 필요한 분들은 아버지가 공군 의무대에 데리고 가시어 진료를 부탁하신 것도 기억한다.
아버지께선 곡식을 무척 소중히 여겨 쌀 한톨 허비도 용납 안하시고 진지는 언제나 흐트러짐없이 드셨는데 항상 큰 숟가락으로 세 숟가락을 남겨두시는데 철저하셨다. 그것으로 배고픈 사람은 요기가 된다 하셨다. 또 국가 도정 정미소를 25년 이상하실 때, 어려운 면민에게 쌀이나 싸래기를 주시면서 어려움을 나누시고 동네 사람들의 땔감으로는 왕겨로 풍로를 돌리며 살던 일들은 그립고 따스한 추억이다.
아버지는 풍류를 아셨다.
시조, 창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청빙하여 근 한달간 숙식을 제공하시면서 청산리 벽계수야와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세월이 여류하여의 시조가 우리에게도 귀에 익숙해졌다. 밤에는 노년의 벗들과 함께 시문을 즐기셨다.
지난 8월 22일 아버지 기일때 나는 아버지를 그리며 청산리 벽계수야 쉬이 감을 자랑마라 시조를 읊으며 당당하신 내 아버지. 범상한 그 인물이 그립고 아버지 별세하신지 23년인데도 이토록 애절할까.
지금도 우티산 아버지께 가면 못 잊어 울고 우는 딸들을 아버지도 보실까.
그리운 나의 아버지.
깔깔한 세모시 바지 저고리를 입으시고 넉넉히 웃고 계신 나의 아버지, 빈 면장.

시인 빈 소 영
재경곤양향우회

2004년 10월 14일 11시 17분 /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