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샬 맥루한 著

인류사가 남은 명저(名著)들은 하나의 산맥이다. 인간 역사를 그 책이 저술된 이전과 이후로 뚜렷이 구분짓기 때문이다. 명저들 제목은 늘 우리에게 익숙하다. 하지만 꼼꼼하게 읽어본 사람들은 드물다.
물론 명저들은 이론적이거나 어렵다.
‘명저'라는 산맥하나를 넘어보는 것도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각종 기관이나 단체 등에서 선정한 명저를 소개한다.


‘우리 미디어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미디어는 우리를 만든다.'
금세기 최고 미디어 이론가로 꼽히는 마셜 맥루한(Marshall McLuhan)이 처음 ‘미디어의 이해(Understabdubg Media)라는 책을 내놓았을 때 학계에서는 찬반 양론이 분분했다. ‘디지털 시대 창세기'라는 찬사에서부터 ‘바보상자 바보박사'라는 비난이 공존했다. 책이 나온 시기가 본격적인 뉴미디어 시대가 도래하기 전인 1964년이었으니 그럴만도 했다.
그러나 얼마 안돼 ‘미디어'라는 도구가 우리를 만들어가는 것을 보며 세상은 경탄을 금치 못했다.
마셜 맥루한은 미디어를 ‘인간의 확장'이라는 탁월한 개념으로 정리했다. 맥루한은 도로 주택인 인쇄물 자동차 전화텔레비전 컴퓨터 등 모든 매체가 인간을 확장시킨다고 믿었다.

즉 책은 눈의 확장이고, 바퀴는 다리의 확장이며, 옷은 피부의 확장이고, 전자신호는 중추신경 계통 확장이다. 이 같은 감각기관확장은 인간이 세상을 보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결국 인간 삶을 변화시킨다.
더 설명하자면 ‘바퀴'는 인간의 ‘다리' 해낼 수 있는 한계를 엄청나게 확장시켰다. 확장된 ‘다리'는 확장되지 않은 ‘다리'와 분명이 다르다.
즉 바퀴가 ‘다리'의 존재가치를 바꾼 것이다. 맥루한에 따르면 원시시대 인간은 청각 시각 촉각 등이 잘 균형된 삶을 살았다. 그러나 16세기 인쇄술 발달이 인간을 시각중심형으로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즉 인간의 감각균형이 무너진 것이다.
19세기 들어 인간은 감각균형을 다시 찾는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전신 전화 텔레비전은 컴퓨터 등 미디어가 청각 촉각 등 약해졌던 감각을 살려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을 바탕으로 인간은 새로운 균형된 세계를 창조하기 시작했다.
맥루한은 뉴미디어 시대를 ‘멋진 신세계'로 이해했다. 낙관적으로 본 것이다. 물론 이 같은 낙관론때문에 비판대에 오르기도 했지만 그의 예언은 대부분 맞아떨어졌다.
그가 예견한 미디어를 통한 지구촌 시대에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고, 미디어들간 복잡한 교류와 소통이 가져올 정보시대 역시 마찬가지다. 맥루한 이전에는 어느 누구도 미디어가 인간 감각기관을 확장시켜 가상 현실이 우리를 지배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이론을 설파한 사람이 없었다.
‘미디어의 이해'가 나온 1964년 이래 모든 미디어 관련 이론들은 맥루한에서 출발해 맥루한으로 끝이 났다. ‘미디어는 인간의 확장'이라는 거대한 이론적 틀을 벗어날 수 가 없는 것이다.
40년 가까이 지나 지금도 학자들은 ‘맥루한 풍(McLuha nesque)'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또 광고, 디자인 출판 신문 만화 게임 영화 무기 등 모든 분야가 맥루한 확장이론을 바탕으로 현재와 미래를 정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맥루한의 독특하고 탁월한 이론을 엿볼 수 있는 재미있는 예를 하나 들어보자.
그는 ‘광고가 없으면 신문이 좋아질 것'이라는 주장을 ‘환상'이라고 말한다. 독자들이 만나는 신문이라는 미디어는 기사와 광고가 함께 어우러져 의미를 갖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그는 오히려 신문에서 가장 뛰어나고 집약된 정보는 바로 ‘광고'라고까지 말한다.
어쨌든 맥루한의 명저 ‘미디어의 이해'는 책이 처음 출간된 1964년 당시보다 2002년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더 큰호소력을 지니고 있다.


○저자 마셜 맥루한은 누구
캐나다 출신 미디어 이론가


맥루한은 1911년 7월 21일 캐나다 에드먼스턴에서 태어났다. 마니토바 대학 공학부에 입학했으나 전공은 영문학으로 바꿔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영국 케임브리지로 유학해 르네상스 영문학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가 미디어 이론가로 본격적으로 나온 계기는 1955년 미국 교육 방송협의회 미디어 프로젝트 주임으로 일하면서부터. 이때부터 커뮤니케이션 관련 저술을 쓰기 시작해 62년 토론토 대학 출판부에서 ‘구텐베르크의 은하계'라는 책을 냈으며 곧이어 불후의 명저 ‘미디어의 이해'를 냈다.
처음 ‘미디어의 이해'라는 책을 냈을 때 학계에서는 그의 이론을 ‘과장과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80년 맥루한이 사망한 후 그의 선경지명이 실증되기 시작하자 ‘맥루한 르네상스'가 열리기 시작했다.
맥루한의 책은 국내에서 80년대부터 여러차례 소개되어 왔으나 저작권법이 발효되기 시작한 2000년대부터는 민음사판이 팔리고 있다.
맥루한의 저서는 그리 많지 않아 ‘미디어의 이해'를 비롯해 ‘미디어는 메세지다(The Medium is the Massage)' ‘기계신부(The Mechanical)' ‘구텐베르크 은하계(The Gutenberg Galaxy)'등이 대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