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화 시인돕기 출판기념회겸 자선모금의밤 열어

‘지하실 맨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누을 자리를 마련했다/ 노숙을 생각해 봤지만/ 노숙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고급이다/ 아무도 간섭할 수 없는/ 나만의 공간에서/ 오늘 몫의 명상에 잠긴다’
정규화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오늘밤은 이렇게 축복 받는다>의 표제작. 시가 말한 대로 정 시인은 겨우 노숙을 면하고 지하실 맨바닥에서 잠을 청해야 하는 ‘파산’에 이르렀다. 가족과는 뿔뿔이 흩어져 서로 도움 줄 수 없게 된 지 오래.
그 뿐인가. 그는 신부전증으로 8년째 투석을 받고 있는 데다 위에는 4개의 종양을, 신장에는 2개의 결석을 안고 있다. 합병증으로 그의 왼쪽 귀는 듣지 못한다. 갖가지 병고에 시달리는 몸으로 뒤집어 쓸 이불도, 수도시설도 안 된 지하창고나 부동산 소파 같은 잠자리와 편의점에서 사온 야채죽이 대부분인 먹거리는 처연하기 짝이 없지만 그는 ‘노숙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고급’이라 말한다. 시인에게는 시가 있고, 시는 빈궁·질병과 싸워 하루 몫의 명상과 인생을 정리할 힘을 준다. 또 하나 있다면 시로 연결된 시인 선·후배들의 존재.
그간 알음알음 정 시인을 도왔던 시인들이 작지만 공식적인 자리를 마련했다. 경남문인협회(회장 정목일)와 경남시사랑문화인협의회(회장 이성모)·경남민족문학작가회의(회장 최정규)가 뜻을 모아 정 시인을 돕는 자선모금의 밤을 마련한 것. 궁핍할수록 창작열은 더해 최근 4～5권 분량의 시를 써 낸 정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오늘밤은 이렇게 축복 받는다>의 출판기념회 형식이다.
정 시인은 81년 <창작과 비평>에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 경남민족문학작가회의 초대회장, 창원문협 회장, 경남문협과 경남예총 상임이사 등을 맡아 일했고 제1회 근로문학상을 받았다. 시집으로 <농민의 아들> <다시 부르는 그리운 노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