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안에서 이뤄지는 ‘방과후 특기 적성 교육’은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들 한다.
첫째는 학교 밖 사설 학원보다 비용이 싸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좀더 많은 아이와 학부모가 손쉽게 다가갈 수 있다.
둘째는 학교에서 정규 교과목으로 다루지 않는 내용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풀이 되지 않아야 명목뿐인 보충수업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이미 심각하게 진행돼 버린 고등학교는 빼고 초등학교만이라도 이리 되면 안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방과후 특기적성교육은 사회의 필요에 따라 이뤄지는 공교육이 아니라 벌어지는 장소는 학교 안이지만 내용은 사교육이라 할 수밖에 없겠다.
물론 특기 적성 교육에는 수익자 부담 원칙이라는 것이 있어서 사교육적 성격이 전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는 방과후 특기적성교육의 사교육성을 강화하는 원인이 아니라 특기적성교육이 공교육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더욱 잘 따지고 감시해야 하는 까닭이 된다.
그런데 이처럼 학교 울타리 안에서 이뤄지는 교육이지만 특히 초등학교에서는 공교육의 취지에 맞지 않는 방과후 특기적성교육이 제법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이를테면 특기나 적성을 기르기 보다는 중학교 과정을 미리 짚어주는 영어 특기 적성 교육이 그렇다.
또 시간으로 따지면 사설 음악 학원보다 비싸면서도 가르치는 내용은 많이 부실하다는 피아노 같은 특기 적성 교육도 마찬가지다.
물론 일부겠지만, 이렇게 되면 대다수 학부모가 품고 있는 기대를 학교가 뿌리치는 셈이다. 학교에서 한다니까 크게 따지지 않고 믿고 보냈는데 사설 학원보다 비싸다면 과연 느낌이 좋겠는가?
그래서 집이 가난해도 비용을 조금만 대면 피아노나 바이올린 첼로 같은 악기를 한 번 만져라도 보게 하는 취지까지 배신당하면 학교는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