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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아버지, 賓면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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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는 누구나 고향이 있듯이 부모님이 계신다.
철 없을 때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크게 느끼지 못하듯이 부모님에게도 그런 것 같다.
나이들수록 고향이 그립듯이 부모님이 세상에 계시지 않으니 그리움을 글로밖에 남길 수 없는게 이토록 안타깝고 애절할 수가...
내 아버지는 역사의 혼란기였던 일제치하때 면장을 지내신 빈기홍(賓璂泓)이시다. 50대 초반에 면장을 하셨다. 지금도 고향에 가면 아버지를 느낄 수 있는데 남산 앞을 흘러 제밑창으로 가는 냇물의 뚝을 쌓은 방축이 그것이다. 아버지가 초대 수리조합장을 하시면서 그 일을 하시어 곤양에는 풍수재해가 없다는 주민들의 얘기를 들었는데 올해 큰 비와 태풍에 방축이 터져 뚝을 다시 쌓는 것을 보고 아버지를 회상하고 왔다.
사촌오빠 빈남현(서포 거주)으로부터 들은 재직 당시 얘기다.
곤양초등학교 기념행사에 축사를 하실 때 일본 헌병대에서 식량을 집집마다 내라고 하자 아버지는 서포, 곤양 면민의 먹을 식량도 부족한데 일본군들을 위한 식량을 낼 수는 없다고 말씀했단다. 헌병대장 스즈키가 아버지를 고발해 김해감옥에 보름간 투옥되었다. 큰 오빠(당시 부산 도청에 근무)가 일본 단도를 주문하여 스즈키를 죽일 틈을 노리게 되었는데 그가 김해에서 죽는 바람에 암살은 하지 못했고 그 칼을 내 큰 조카가 지금도 보관하고 있다.
오래전 서포에서 열린 한 제막식(어떤 제막식인지는 모르나)에 최범술 스님(다솔사 주지)의 축사에서 “기록되어 있지는 않지만 항일투쟁에 제일 공이 큰 사람은 곤양에 있는 빈기홍씨”라고 언급했다는 것이다.
면장 이후에 이것은 내가 기억하고 있는 일이다.
아버지는 곤양중학교 설립을 위하여 보리타작과 나락타작때 머슴에게 가마니를 지우고 동네 동네 다니시면서 곡식 모금을 하시고 면에 협조를 얻어 남산의 나무를 잘라 학교를 세우는데 앞장서신 일로 초창기 중학교 사친회장을 수년 하셨다.
또 하나 잊을 수 없는 건 아버지가 50대 후반부터 60대 초반까지 곤양 광포 바다매립을 위하여 사촌 큰 오빠를 데리고 부산, 서울로 허가를 얻기 위하여 길을 떠나시면 길게는 한달 가까이 집을 비우셨다. 그 기간동안 아버지를 보고 싶어하고 그리워하는 형제들의 기다림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다음호에 계속
시인 빈소영
재경곤양향우회
2004년 10월 07일 11시 23분 / 문화 Copyright (c) 1999 사천신문 Co.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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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