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대학 ‘연합작전’ 없인 불가능


법조인 양성 제도의 틀이 바뀌는 법학대학원, 이른바 ‘로스쿨’의 도입과 설치·유치를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18일 대통령 자문기구인 사법제도 개혁 추진위원회(위원장 한승헌)가 공식 출범하며 “로스쿨 도입과 관련한 법률 제정 등의 문제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개추위는 지난해 활동을 마친 ‘사법개혁 위원회’가 제시한 대법원 개편, 배심·참심제 도입, 법조 일원화 등 다뤄야 할 과제가 많지만 오는 ‘2008년 로스쿨 신입생 모집’이라는 사개위 확정안을 계획대로 추진하기 위해선 이를 최우선 과제로 삼을 수밖에 없다.
경상대·창원대·경남대·인제대·영산대 등 도내 대학을 비롯한 전국 97개 법학과가 설치된 대학들은 이로써 이미 시작된 로스쿨 유치를 위한 한층 뜨거운 경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도내 대학 중 어느 한 대학이 홀로 로스쿨을 유치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도내 법대 관계자뿐만 아니라 경남 지역 법조계가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대목이다. 아울러 경남도 역시 로스쿨 유치에 따른 도내 대학의 노력에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인근 부산의 경우 고등법원이 있는 등 로스쿨 인가·유치에 경남보다는 훨씬 유리한 상황과 조건이어서 더욱 그러하다.
도내 한 국립대학 법학 교수는 지난 20일 경상대와 창원대의 통합 여부가 로스쿨 경남 유치의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조건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경상대와 창원대의 통합이 이뤄질 경우 로스쿨 설립 인가 조건이 갖춰질 것”이라며 “그래서 양 대학 통합이 늦어질 경우 법과대학만이라도 우선 연합이나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쿨 설립 인가수와 지역배치 등을 결정할 중요 요인인 ‘정원’과 관련해 그는 “대한변호사협회가 주장하는 대로 전체 정원을 1200명으로 하더라도 일률적이 아닌 중·소 규모로 나눠 지방법원 본원이 있는 곳에 하나씩 설립하는 방안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 지역 대학의 경우 이미 투자를 많이 했다. 그렇다고 로스쿨이 수도권에 쏠릴 경우 지역 균형 발전과는 거리가 멀다”며 “서로 욕심을 내는 것은 더욱 힘들게 할 것”이라며 중·소 규모별 로스쿨 설립을 통해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합리적 지역 배분의 중요성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경상대와 창원대는 지난해 4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경남국립대로의 통합을 추진하기로 했으나 지난해 12월 ‘경남국립대 통합 공동추진위원회’ 회의 자체가 무산되는 등 난항을 겪고 있어 발빠르게 움직여야 할 시점에 오히려 더디기만 한 상황이다.
로스쿨 도입은 일제에 근세 법학교육이 시작된 이래 가장 혁명적인 변화로 일컬어진다. 이는 법조인 양성 제도의 단순한 변화로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 전반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로스쿨과 관련해 현재 가장 큰 관심사는 앞으로 사개추위가 마련·확정할 설립 기준과 정원이다.
사개추위는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 제·개정안을 상정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올해 상반기 중으로 기본안을 마련한 뒤 공청회 등을 거쳐 기본 틀을 확정짓는 등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도내 로스쿨 유치 전략의 또 다른 방안 중 하나는 경상대·창원대 통합과 더불어 경남대와 인제대를 포함한 ‘2+2’ 또는 영산대까지 포함하는 ‘2+3’의 연합 형태로 유치하자는 것이다. 한 마디로 로스쿨 유치에 ‘올인’하자는 것이다. 그래야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이와 관련한 도내 대학 법학 교수나 대학들의 구체적인 움직임은 보이고 있지 않다. 이는 경상대와 창원대의 주춤해진 통합 움직임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결국 ‘2+2’든 ‘2+3’이든 주요한 축은 경상대와 창원대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경남도의 적극적이지 못한 입장도 한 몫 거드는 것으로 보인다.
로스쿨의 경남 유치를 위해 대학들이 힘을 합쳐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지금은 경남도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이며 도지사의 중재 등 도가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현재 경남도는 로스쿨의 경남 유치와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이나 입장을 세우거나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런 정부 의지와는 별개로 경남이 로스쿨 유치에 따른 준비를 얼마나 치밀하게 하고 또 적극적으로 추진하는지에 성패가 달렸다는 것이다.
정작 해당 지역에서는 구체적이고도 치밀한 준비와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면 로스쿨 경남 유치는 그야말로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