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사천의 역사와 유적지를 찾아서 고려시대 사천의 옛길(13) 』
 |
왕 욱 사천에서 아들 순을 만나러 온 길
1.성황당과 왕 욱(고려 제8대왕 현종의 아버지)
사천의 성황당산과 그 아래의 귀룡동(歸龍洞), 능화(陵華), 고자치(顧子峙) 등은 고려 왕건의 여덟 번째 아들 왕 욱(王郁)과 관련된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고려사” 열전에 따르면 그는 경종의 네 번째 비인 효숙왕후 황보(고려 제8대 현종의 어머니) 씨와 사통하여 애를 배게 한 일로 이곳에 유배되었다.
지리에 정통하였던 그는 어느 날 금 한 주머니를 아들에게 몰래 주면서 “내가 죽거들랑 이 금을 술사에게 주어서 사수현에 있는 성황당 남쪽의 귀룡동 성황당 산성 남쪽의 구룡마을 일원에 장사지내게 하되 반드시 엎어서 묻게 하여라” 고 유언과 같은 말을 남긴다.
여기서 이르는 성황당은 달리 서낭당 또는 성황사라고도 하는데, 고을을 수호하는 성황신을 모신 곳이다.
성황이란 중국에서 도성의 수호신인 성황신을 일렀으나 점차 지역의 길흉화복을 조절하며 사후세계를 주관하는 신으로 변해 중국에서는 북제와 당나라를 거쳐 송나라 때 보편화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광종 대에 들어와서 인종-의종 대에 널리 퍼진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곳 사수현 성황당은 도입기의 사례로 확인된 것이다.
2. 부자유친의 감동을 전하는 고자치
뒷날 현종(고려 제8대왕)이 순의 어머니 황보 씨는 사수현(지금의 사천)으로 유배 간 뒤에 아이들 낳다가 죽자 성종은 유모를 뽑아 어린 아이를 기르게 하다가 종국에는 유배가 있는 아버지 가까이에서 자라도록 배려해 준다.
그러나 같이 사는 것은 허락하지 않아서 왕 욱은 유배지 가까운 정동면 장산리 배방골(뱅아골)에 있던 배방사에 기거하던 아들을 만나기 위해 5년을 하루같이 배소에서 절로 오갔다.
지금도 그곳에는 그때 아들을 만나고 돌아오면서 아들을 돌아보곤 하던 고개를 고자치 또는 고자곡 고개라 불렀다는 지명이 생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부자유친을 품고 있는 이 이야기는 지금도 수원의 지지대고개에 얽힌 사연에 버금가는 감동을 전한다.
“고려사” 안종 왕 욱 열전에 이어지는 내용을 살피면 그는 풍수지리에 능한 듯하다. 왕 욱은 훗날 현종이 된 그의 아들에게 금 한주머니를 주면서 이르기를, “내가 죽거들랑 이금을 술사에게 주어서 사수현에 있는 서낭당의 남쪽 귀룡동(니구산 남쪽 사남면 구룡리 일원)에 장사지내게 하되 반드시 엎어서 묻게 하여라.”고 당부했다.
성종 15년(996)에 왕 욱이 귀양지에서 죽자 당시 여섯 살이던 순은 아비의 유언을 받들어 장사지내고, 이듬해 개성으로 돌아가서, 목종에 이어 왕이 된 뒤인 현종 8년(1017) 4월에 무덤을 건릉으로 이장했다.
사천 땅에서 왕 욱을 장사 지낸 곳이 지금의 사남면 우천리 능화마을 인데, 여기서 제대로 발복을 하였는지 훗날 그의 아들은 고려 제8대왕으로 등극했다.
한편 사천시 사남면 능화마을에서는 2017년부터 3회째 고려 안종 추모 귀룡제를 매년 4월에 지냈으나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7월 달로 연기했다.
3.현종이 소시(小時:나이가 어렸을 때)적 우거했던 배방사
당시 욱의 아들 순이 이곳에 유배와 있던 아버지와 가까운 곳에 기거했던 배방사가 있던 곳은 정동면 장산리의 으뜸마을인 대산마을이다.
이 마을 북쪽 배방골은 그가 기거했던 절의 이름을 따서 그런 이름을 갖게 되었다. 이 절에 대해서는 “신동국여지승람”사천현 불우에 “배방사의 옛날 이름은 노곡이며, 와룡산(지금의 천금산. 고려시대 때는 사천현의 산은 전부 와룡산 이라함.)에 있다.
고려 현종이 왕위에 오르기 전에 이 절에 우거 하면서 뱀 새끼를 보고 시를 짓기를, ‘작디작은 뱀새끼 약포(藥圃)의 울타리를 도는구나. 온 몸에 붉은 무늬가 제대로 아롱졌다. 언제나 꽃 숲 밑에만 있다고 말하지 말라. 하루아침에 용 되기 어렵지 않으리라.’ 하였다.” 고 전한다.
이 시는 먼 남쪽 바닷가 한적한 절에 몸 부치고 살던 자신의 처지를 뱀 새끼에 빗대어 옮은 것으로 언젠가는 곡령(鵠嶺:개성의 송학산의 이름. 모후 황보 씨가 꿈속에 이곳에 올라 오줌을 눈 태몽을 꾸고 뒷날 현종이 된 순을 낳았음.)으로 돌아가 왕위에 오르리라는 강한 염원을 품고 있는 것이다.
그의 이런 바람은 아버지 욱이 유언처럼 남긴 귀룡동에 복시이장(伏屍而葬:주검을 엎어서 매장 하는 것.)하면 발복케 되리라는 도참에 대한 믿음이 그만큼 절대적이었기 때문 이었을가?
지금도 대산마을에서 북상마을 쪽으로 이어지는 옛길이 잘 남아 있어서 어린 아들을 만나러 이 길을 오갔던 왕 욱의 심정을 아비의 마음으로 되새기며, 배방사가 있던 배방골로 길을 거슬러 올라가 먼발치에서 절터를 헤아리며 사하촌(寺下村)을 서성이다 다시 길을 잡아 고자실로 든다.
이 마을에서 강 건너로 바라보이는 마을이 지금은 학촌리 학촌마을로 불리는 고자실이다. 마을 이름은 바로 왕 욱과 그의 아들 순이 남긴 애잔한 부자유친의 정을 품고 있는 고자치(顧子峙) 아래에 자리 잡은 장소성에서 비롯하였다.
참고문헌 : 사천역사와 문화 이야기
본지주필·사천문화원 향토사연구소장·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김을성 2020년 04월 23일 11시 01분 / 문화 Copyright (c) 1999 사천신문 Co. All rights reserved.
  
|
|
봉화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