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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천의 역사와 유적지를 찾아서(30) 대방진굴항(大芳鎭掘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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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 말 이 고장 노봉(魯峰) 김재식(金載軾)은 굴항을 두고 시를 지었는데 시제가 대방선진(大芳船鎭)이라 한 것을 볼 때 정식 명칭이 대방선진 이었다고 본다. 삼천진의 폐진 이유를 함선의 출입 수로가 토사 등으로 메워져 출입항에 크게 지장을 받아 군항으로서 기능을 발휘할 수 없어 이진한 것으로 추정된다.
진을 옮긴 후 삼천포 앞바다의 해안방비는 무방비 상태로 방치되었다가 순조(1801∼1834년) 때에 이르러 진주목 관하의 남해 창선도의 적량첨사(赤梁僉使)와의 군사연락과 왜구 방비를 위해 설치한 것이 대방선진(大芳船鎭, 大芳津)이다. 굴항 옆에 심어진 나무의 수령으로 보아 이와 비슷하다고 나이 많은 분들이 전하는 바도 생생하게 대방진굴항의 축조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과거 사천시 선구동(동좌동) 거주 안영섭(安練燮)의 증언에 의하면 옹(翁)의 조부께서 굴항의 축조 공사에 부역하였다 한다. 조부께서는 와룡에 살다가 동림으로 이주해 와서 온돌방을 수리코자 하는데 요즘말로 온돌 기술자가 대방진 축조 공사에 부역의 영이 내려 수리를 못해주겠노라 하니 안옹 조부께서는 내가 대역으로 가겠으니 그대는 방을 수리하라고 하고 대방 공사장으로 가서 부역을 했다.
그런데 안옹을 안생원(生員: 지위가 아닌 존칭)이라 부르는 것을 본 진장(鎭將)이 의아하게 생각하여 안생원을 불렀다. 그때만 해도 반상(班常)의 차별이 엄하여 상민은 부역에 종사해도 양반은 면제되었다. 사실 安氏 가문은 안생원의 6대조가 진주부사(府使)를 역임한 바 있는 가문으로 그 직으로 하여 대대로 부역은 면제되고 있었으나 대역으로 자진 출역한 것이다.
진장이 묻기를 그대는 상민이 아닌 모양인데 왜 부역을 나왔느냐 물으니 안생원이 답하기를 가난하게 사니 반상도 가릴 처지가 못 되나 실은 여차 여차하여 대역으로 나왔노라 하니 그러면 부득한 일이라 하여 부역에 종사했다는 삽화가 있는 것을 보면 대방진굴항의 축조 연대는 1820년경으로 추산된다.
여기서 굳이 대방진굴항의 축조연대를 밝히고자 함은 다수의 시민이 알고 있기를 임진왜란 때부터 있어온 진영으로 착각하고 있어 이를 바로 잡고자 함에 있다. 혹자는 말하기를 충무공께서 거북선을 숨겨 두었다가 왜적을 섬멸한 역사를 말하고 굴항 내 팽나무 밑으로 흘러나오는 샘물을 두고 민물을 지하로 끌어 들여 병선에 꿀 껍질이 붙지 않게 굴항을 담수화하는 지혜를 충무공께서 행하셨다 말하기도 하고
신문보도 등에 각산산성에 3천의 군사를 두었다가 굴항의 거북선과 함께 왜적을 섬멸하였다 하고 있으나 전혀 근거 없는 낭설이다. 대방진굴항은 이때 존재하지도 않았다. 굴항 자리는 고려 때 구라량영(仇羅粱營)의 본거지로 늑도에 분진을 두어 좁은 해협을 요새화 하면서 지켰던 곳이다.
대방진굴항의 축조공사에는 진주목 관하 73개 면민이 동원되어 부역하였다 전하고 뚝을 쌓을 때의 사용한 흙은 각산개의 백토를 날라 와 썼다. 지금도 파보면 백토 그대로다. 동구의 두 그루 팽나무는 진 병사들의 활터였고 수령도 500년 되는 고목이며 숱한 전설을 담고 있는 나무다.
굴항 북편 본동이 자리 잡은 일대에는 동헌(東軒)을 위시하여 관사 등 많은 건물과 병기창, 군량창고, 장교들의 집회소 격인 비장청(裨將廳) 등의 좋은 건물이 즐비해 있어 그때의 대방촌은 수군 촌을 이루고 있었다.
삼천진의 출입수로가 토사로 메워져 통양창의 조운선도 대방진굴항으로 새 기항지를 찾아 합류하니 굴강은 너무도 협소할 지경이었다. 진주, 사천, 곤양으로 통하는 목을 지켜 해안방비의 간성 역활을 담당하던 이 영광의 요새도 한일합방의 국치와 더불어 해체의 비운에 빠지니 1911년의 일이었다.
그때의 진장은 대방동의 유림인사 김봉근(金奉根)을 초빙하여 진영의 문서 일체를 보관하여 후세에 전해 줄 것을 요망하고 무기는 굴항 바닷물 속에 던져버리고 만다. 진의 문서를 소지하고 있으면 일본 관헌들에게 크게 벌을 받을 것이라는 말이 떠 돌자 김봉근은 동네 어른들과 상의하고 소각하기로 한다. 그 많은 문서들이 불타니 대방진굴항의 역사도 재로 사라지고 만다.
또 진의 무기를 두고 행방을 찾던 일본 관헌들은 그때의 노무자를 시켜 굴항에 잠긴 무기 등을 건져내게 하여 진주 관찰부로 실어오게 하니 창, 칼, 활촉 등 무기들이 일백 짐을 넘었다 전한다. 고래등 같은 기와집들은 생생했는데 관찰부에서 차례로 헐어 갔다는 후문이다.
민문화 운동의 선구자 에밀레박물관 관장 고 조자용(趙子庸) 박사에 의해 공개된 고성지도 및 다도해지도에 당포진, 사량진, 적량진, 삼천진의 위치가 그려져 있고 진마다 신형 거북선 1척씩이 있다고 표시하고 있는데 이 지도는 정조(1777-1800) 때에 제작한 지도라고 한다. 이 지도의 삼천진은 우리 고장의 삼천진도 아니고 대방진도 아닌 통영군 산양면 영운리의 삼천진을 말하는 것이다.
굴항 서편 70m 거리의 군인숲(軍士林)은 병사들의 휴식처이기도 하고 또 병사가 죽으면 가매장하던 곳이기도 하여 과거에 빈 석관이 발굴되기도 하였다. 이 군인숲은 팽나무, 아카시아 등 30여주의 고목이 서 있어 호안림(호안림)의 구실도 하거니와 굴항 뚝의 고목들과 함께 국립해상공원인 한려수도의 경관을 한층 더 빛내주는 보물 같은 아름다운 숲이다.
전국의 군항이었던 자리가 현재는 거의 전답 대지 등으로 매립되어 없어졌는데 유독 우리고장의 대방동에 남아있는 대방진굴항은 1983년 12월 20일 경상남도문화재자료 제93호로 지정되어 원형 그대로를 지니고 남아있어 역사적 의의가 클 뿐 아니라 인근에 창선·삼천포대교와 사천바다케이블카를 타고 각산전망대에서 바라 본 실안낙조는 경관지로서 월등하다.
참고문헌 : 삼천포시지, 와룡산의 정기, 국립중앙박물관
문화부장 김진식
kimarami2005@naver.com 2020년 11월 26일 10시 50분 / 문화 Copyright (c) 1999 사천신문 Co.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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