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근로자 300인 이상업체 한곳도 안지켜

도내 상시여성근로자 300인 이상의 기업 가운데 법에 규정된 직장보육시설을 설치한 기업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직장보육시설을 명시한 영유아보육법이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으며, 보육시설 미설치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어 실효성 있는 법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8일 여성계 등 관련자들에 따르면 마산 창원지역에서 직장 보육시설을 갖춰야 하는 기업은 7개에 이르지만 모두 외면하고 있다.
영유아보육법 7조3항과 시행령 14조에서는 상시 고용된 여성노동자 300인 이상 사업장의 사업주는 직장보육시설을 설치해야 하고, 설치할 수 없는 사유가 있을 때는 공동보육시설을 마련하거나 노동자에게 보육수당을 지급토록 돼 있다.
단 영유아를 키우는 여성노동자가 없는 사업장은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도내에서는 창원국가산업단지 내 3개 기업과 마산자유무역지역 내 4개 기업이 해당되지만 보육시설을 설치한 기업은 한 곳도 없으며, 이에 따른 보육수당을 지급하는 곳도 없어 사실상 여성인력의 상실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여성노동자들은 출산을 하면 자연스럽게 퇴사하는 기류가 형성돼 남녀평등을 저해하고 숙련된 여성인력 활용에 따른 기업경쟁력 강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면 창원산업단지의 (주)로템과 동환산업(주), 양산의 (주)오토닉스, 고성의 (주)세모는 300인이 되지 않는 규모지만 자체 보육시설을 운영해 직원 복지는 물론 기업경쟁력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대상업체는 “대상자가 없어 설치하지 않는 것일 뿐”이라는 핑계를 대고 있다.
창원산업단지 ㅇ기업 관계자는 “똑같은 환경에서 남성들과 경쟁해야 하는 여성직원들이 결혼하면 육아 부담 때문에 대부분 퇴사하고 있다”며 “대상자가 없어 보육시설을 만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마산자유무역지역 ㅅ기업 관계자는 “처벌규정이 없어 그동안 미뤄왔지만 최근 직원들의 요구가 높아지면서 역내 공동보육시설 마련에 힘을 쏟기로 노조와 합의했다”며 “자유무역지역관리원이나 기업협회에서 추진하면 회사 차원에서 적극 협조할 생각이며,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자체 설치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경남도 여성정책과 관계자는 “법 자체에 강제규정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전제한 뒤 “‘상시 여성근로자 300인 이상’보다는 대상 영·유아 수를 구체적으로 정해 몇 명 이상이면 의무적으로 보육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쪽으로 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역 여성계 관계자는 “기업체는 비용절감을 위해 보육시설을 외면하고 있다”며 “사보육비 부담을 줄이고 여성인력의 활용을 위해 설치기준을 영·유아수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