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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투고 : 홍콩에서 만난 가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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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빈소영(재경곤향 향우회)
2005. 3. 15
주해, 심천, 홍콩 세 번째 만난 가이드이다.
검정 면바지에 운동화에 남방을 입은 가이드의 차림이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기보다 옆집 쌀가게 아저씨같은 얼굴이며 차림이었다. 차로 이동하면서 홍콩에 대한 설명은 구수하고 차분하게 잘 하기에 그 모습보다 가이드로써 노련하고 자기 일에 능숙한 사람이었다.
이 가이드가 시간이 좀 지나자 가이드업을 하면서 잊을 수 없고 가장 고생스러웠던 사례를 얘기한다. 한국에서 온 여행팀인데 33명의 할머니팀이었다고 한다. 10년 전에 공항에서 만났을 때 33명의 할머니들이 옥색 치마 저고리를 입고 가방은 지퍼가 고장난 큰 가방을 끈으로 묶고 그것도 없는 분은 옛날 다우다 보따리에다 머리에는 수건으로 똬리를 틀어 얹고서 모두 가방을 이고 나오는데 공항에서 다른 가이드나 여행객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고 가다 서서 사진을 찍으면서 쳐다보는데 민망했다고 한다.
이 가이드도 처음 만난 할머니 손님들의 복장이며 짐이 처음보는 모습이라 밤에 나이를 평균 내어보니 67.5세였단다. 어디를 이동할 때면 줄이며 모든 게 무질서에다 너무 너무 말을 안 들어 고생을 하고서 호텔에 투숙을 시키고 자고 있는데 호텔에서 빨리 오라고 하여 달려가 보니 할머니들이 맨발에 고쟁이 바지에 위에 런닝만 입고서 복도에 나와 앉아 있는데 말이 통하지 않으니 가이드를 부른 것이다. 왜 나와 계시냐고 하니까 밖에 구경하려고 나왔다 들어 가려하니 어떤 놈이 문을 잠그고 열어 주지 않아 이렇게 있는다고 했단다. 열쇠를 가지고 나오지 않고 문을 닫으면 자동으로 잠기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가이드가 설명을 하고서 전부 룸에 들어가게 하고서 자기도 잤단다.
다음날 저녁 또 다른 호텔에서 전화가 와 가이드를 빨리 오라고 해 가보니 가이드도 어안이 벙벙하고 어찌할 바를 모를 광경이었다 한다. 할머니들이 한국에서 오면서 김치를 서너쪽씩 옛날 삼양 설탕 두꺼운 비닐에다 넣고 긴 검정 고무줄로 칭칭 매어 가져와 이틀째 한국 김치가 생각나 먹으려고 푸는 것이 김치 발효로 고무줄이 튀어 안경이며 옷이며 머리며 김치 속을 뒤집어 썼는데 김치속 무우채가 귓바퀴에 걸려 있는 것이 우습기도 하지만 웃을 수도 없고 눈에 김칫국이 들어가 눈을 훔쳐낼 수도 없으니 나 좀 살려줘봐 하시더란다.
<다음호에 계속> 2005년 03월 24일 11시 29분 / 종합 Copyright (c) 1999 사천신문 Co.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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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