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서 하달 동시에 무관심속 책장속으로
“당시 잘봤더라면....” 자책


경남교육계에 큰 충격을 안겨준 엽기 장학자료가 왜 일찍 발견되지 못했으며. 당시 발간에는 누가 참여했는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보험회사 사건 해결 길잡이를 연상시키는 문제의 장학자료는 2002년 1월18일 계획을 세워 2월14일 발간돼 초중고교에 800여부가 배부됐다.

◆왜 발견 늦었나=이 책자는 2002년도 일선 학교에서 학생생활지도. 교내폭력 사태. 흡연예방 및 근절교육. 학부모와 연계한 지도. 사이버 폭력 등 초중고 생활지도 영역의 ‘바이블’과 같은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02년 발간된 책자가 3년이 경과한 2005년에 문제가 된 것으로 봐서는 교육청에서 하달하는 지침서를 일선학교 교장·교감·교사들이 소홀히 취급하고 있다는 측면도 강하게 제기된다.
일선고교 한 교사는 “교육청으로부터 책자 등 각종 문서가 내려오지만 자신과 관련없는 것은 대충 보지도 않고 책장속에 넣어 둔다”고 말해 문서취급에 관심이 없음을 실토했다.
이를 감안한 듯 전교조 경남지부는 엽기 장학자료 문제가 제기된 직후인 29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국민과 학생앞에 무릎 꿇고 사죄드린다”고 밝혀 일선 교사들이 이 책자를 꼼꼼히 살펴봤다면 3년 전에 책자를 수거·폐기토록 했을 것이라는 실책을 질타하기도 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2002년 책자와는 달리 2003년과 2004년도 발간한 장학자료집 ‘우리 함께 즐겁게’와 ‘폭력없는 즐거운 학교 만들기’에서는 비인간적. 비교육적. 비인도적 내용이 삭제됐다는 것이다.

◆집필진은=이 책자를 만들기 위해 경남교육청은 자료집필위원으로 중등교육과장을 위원장. 중등과 장학관을 부위원장. 장학사 3명을 지도위원으로 선발했다.
또 진주 J고. 함안 H고. 창원 J고. 진주 J여고. 창원 K고. 마산 J고. 창원 C중. 남해 N중. 밀양 S고 등 일선고교 교사 10명을 자료개발위원으로 위촉했다. 당시 위원장을 맡았던 중등과장은 정년퇴임했으며. 나머지 지도위원과 개발위원들은 일선 교육청과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자료 집필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순수한 마음으로 자살사건에 대처할수 있는 요령을 부록편에 실은 것인데 이렇게 문제가 확대될 줄 몰랐다”며 “교육자로서 죄송한 마음 그지없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장학자료 발간에 대해 경남도교육청이 공식 사죄의 뜻을 밝혔다.
도교육청은 30일 오전 고영진 교육감과 전체직원 명의의 ‘2002년 학생생활지도 길라잡이 내용과 관련한 사죄의 글’을 통해 “자료집 내용 중 납득할 수 없는 잘못된 내용이 수록돼 심려를 끼치게 된데 대해 고개 숙여 사죄 드린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은 먼저 “문제가 된 자료집은 학교폭력 예방 및 근절과 흡연예방교육,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 등의 개발을 목적으로 2002년에 발간·배포한 것”이라며 “집단따돌림이 빚은 자살사건에 대한 대처방안 항목에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크게 잘못된 내용이 있었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이어 도교육청은 “그러나 동 자료집은 2003년과 2004년 새로운 자료집이 발간되면서 활용되지 않은 자료”라며 “배포됐던 자료가 아직 남아있는 기관은 전부 폐기 처분하도록 조치했다”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도교육청은 “자료집 집필 및 감수를 소홀히 한 결과이며, 모든 책임은 우리교육청에 있다”며 “자료발간에 대한 자체조사를 철저히 진행해 책임을 명백히 가릴 것이며, 중대한 업무상 오류를 범한 관련 공직자에 대해서도 그 정도에 따라 엄중 문책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