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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천의 역사와 유적지를 찾아서(33) 삼천진(三千鎭) 위치에 관한 설화 Ⅲ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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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널이라고 하면 삼천포지역의 토박이 노인층이나 알고 있는 하천의 이름으로 현재는 한국남동발전(주) 삼천포화력본부 사원아파트 서남편에 위치하고 있다. 각산골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이 바다로 흘러가는 이 하천이 언제부터인지 문선천(文善川)으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옛날 문선면과 수남면의 경계를 이루고 있었던 유서 깊은 하천이었다.
원시시대부터 취락을 이루던 곳은 대개 개천변이었고 이 웃널가에도 부락이 형성되어 왔으나 취락이 형성된 마을은 각산마을이 그것이다. 지금은 폐교되었지만 노산학원, 장씨 재각을 중심한 일대가 옛날의 각산마을 터로 오늘의 동서동 안태본이었다. 동서동 만으로 문선면을 형성하고 있었으니 문선면의 기본 마을이 각산마을인 셈이다.
이 마을이 갑자기 커진 것은 임진왜란 직전 삼현파(三賢派)김씨 일족이 정착하면서 커져갔다. 이 고장 사람들은 이 김씨들을 《담안김씨》라 불렀으니 그 까닭은 임진왜란을 당하여 이 김씨들은 성을 쌓고 피난한데 연유하고 지금도 성을 쌓았던 초석이 묻혀 있음을 본다. 이 김씨들에 이어 임진왜란 이후는 남평문씨들과 기타 성씨가 이 마을에 이주해 옴으로써 마을은 더욱 커졌다.
이 무렵이면 오늘의 동서동, 선구동, 동서금동이 형성되지도 않았을 때고 다만 《진넘》의 삼천진 앞에 진전촌《鎭前村》이 있었고 통창 등 기슭에 삼천리마을이 있을 뿐이었다. 이러한 상황은 그 때의 도로로 보아서도 알게 된다.
삼천포∼진주간의 길이 두갈래로 있었으니 문화역에서 새고개를 거쳐 동림을 지나 까마당 기슭을 따라 삼천진성을 옆으로 지나고 웃널을 넘어 각산마을에 당도하는 길이 하나요, 다른 한 길은 문화역에서 송포동을 거쳐 산분령을 넘고 실안, 대방을 지나 큰 솔밭을 따라 각산마을으로 당도하는 길이 있을 뿐이었다.
이 길은 실안, 대방이 남해 창선도로 건너는 나루터였기 때문에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중요한 간선도로도 웃널 즉, 문선천으로 하여 막대한 지장을 받게 되니 나무다리를 놓기만 하면 냇물에 떠내려가기 일쑤로 불편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이 다리문제는 각산마을의 지대한 관심사요, 숙원이기도 하였다. 현재 이 다리자리에는 철근 콘크리트 다리와 길이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있지만 그 당시로서는 난공사였던 모양이다.
담안김씨 가문에 김영준(金英俊)이라는 사람이 있었고 이 후손들은 이 분을 장사 할아버지로 부르고 있듯이 힘센 장사였다. 그러나 그는 힘이 장사라는 것을 숨겨야 했다. 사실과 어긋나는 일인지 알 수 없어도 그 당시에는 힘깨나 쓰는 사람은 무관에 등용 또는 특채하지 않는 이상, 상민의 경우 터무니없는 박해를 받았다고 한다. 잘 못 걸리면 평생을 두고 부역을 시키든지 죽여 버리든지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에 살았던 장사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애써 힘이 센 것을 숨겨야 했다. 김 장사도 힘 한번 써 보지 못하고 남이 알까 두려워 바보처럼 살아 왔는데 때마침 웃널 다리가 홍수로 떠내려가니 마을민의 고통이 이만 저만이 아닌 것을 알고 돌다리를 놓아 줄 뜻을 가지게 되었다. 안성맞춤의 길 다란 석재를 찾아 헤매다가 다리 감의 돌을 발견하기는 하였으나 남의 마을 냇가에 걸쳐있는 다리돌이었다.
너무나 알 맞는 돌이어서 부쩍 욕심이 나 야심을 타서 등에 짊어지고 와서는 번듯하게 웃널에 걸쳐놓고 말았다. 그 돌다리는 문화마을의 문화천에 걸쳐 있던 다리며 두 부락의 거리는 십오리나 되었는데 밤길로 너끈히 짊어지고 와서 개천에 걸쳤던 것이다. 날이 밝은 이튿날 두 부락에서는 소동이 벌어졌다.
각산마을에서는 《진넘》의 삼천진 병사들이 밤새 고맙게도 훌륭한 돌다리를 놓아준 것으로 알고 기뻐하였고, 한편 문화마을 사람들은 다시 무슨 재앙을 받을까하여 돌다리에 관해서는 입 밖에 내는 것조차 꺼리고 전전긍긍하는 판이나 여기 한사람 송장사(宋壯士)만은 돌다리가 없어진 것이 각산마을 김장사의 소행인 것을 안다.
그만한 힘의 소유자는 이 고을 전체를 두고도 김장사 밖에는 없기 때문이고 송장사 역시 김장사와 같은 처지이고 익히 알고 있는 사이였다. 송장사는 각산골 김장사의 소행이라 발설하면 그것으로 다리는 제자리로 돌아오겠지만 화가 김장사에 닥칠 것을 염려하고, 송장사 자신이 힘도 써 볼 겸 갖다 놓을 생각을 하게 된다.
과연 며칠 후 밤사이 웃널에 걸쳤던 돌다리는 없어지고 문화천에 없어졌던 돌다리가 옛날 그 모습 그대로 걸쳐 있는 것을 본 마을사람들은 한 번 더 기절초풍 하였던 것이다. 필시 도깨비장난이라고 야단법석이었다. 김장사가 나와 보고 이것이 송장사의 소행인 것을 당장에 알고 그날 밤으로 도로 짊어지고 와서 걸쳐 놓으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두 마을에서는 무당을 불러 굿을 하는 등 소동을 피웠으나 돌다리는 그 후에도 몇 차례 내왕한 후 송장사가 몸져 눕자 다시는 문화천으로 돌아가지 않고 말았다.
문화부락의 송장사도 실재 인물이고 김장사도 실재 인물로 김씨 족보에 실려 있는가 하면 문제의 돌다리는 현장 냇바닥에 한쪽 귀가 떨어져 나갔으나 기다랗게 누워 있어 이 이야기는 전설이라기보다 신화 같은 이야기로 전해 내려오고 있으나 이 돌다리가 홍수로 한쪽 언덕이 무너지면서 냇가에 떨어졌던 것은 경신년(1920년) 대 홍수 때라 한다. 이때 두 달을 두고 폭우가 쏟아져 웃널가에 사는 주민이 집을 잃은 자 많고 인명 피해도 있었던 큰 수해였다고 한다.
지난 1985년 한국전력 삼천포 화력발전소 사원 아파트 공사와 도로 확장공사 때 웃널 다리의 다리상판 널돌은 땅에 묻혀 그 흔적을 찾아 볼 수 없게 되어 신화 같은 이야기는 우리의 곁에서 영원히 잠들게 되어 이야기를 아는 사람들의 가슴을 슬프게 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자료출처: 삼천포시지, 김을성 사천향토사연구소장
문화부장 김진식
kimarami2005@naver.com 2020년 12월 24일 11시 34분 / 문화 Copyright (c) 1999 사천신문 Co.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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