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명산 와룡산으로 통하는 한 등산로 주변 산림이 훼손돼 문드러지고 있다.
사천시 송포동 와룡산 남양등산로를 따라 군부대와 갑룡사를 지나면 약수터가 나오는데 바로 그 윗길에는 수천그루의 소나무림이 등산객을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그 등산로 주변에는 수백그루의 나무가 밑둥치를 드러낸 채 볼썽사나운 모습을 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산림 훼손의 의혹을 사고 있는 곳의 평지부분과 경사진 언덕 1200여평에는 울창한 산림 대신 감나무 200여 그루가 듬성듬성 심어져 있으나 과수로서의 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는 상태고, 또 주변에는 수고 20~30m의 수십년생 소나무가 잘려 나간 흔적을 드러내고 있다. 산림이 훼손된 곳의 앞뒤로는 울창한 숲이 이어져 있어 벌목 의혹을 더욱 짙게 하고 있다.
평소 이 등산로를 종종 이용한다는 정모(55·사천시 사천읍)씨는 “등산객이 자주 찾는 명산 와룡산 입구에 산림이 훼손돼 있어 보기에 퍽 흉하다”면서 “나무가 잘린 흔적으로 봐서는 수년간에 걸쳐 조금씩 베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한 시민은 “울창한 숲이 등산로를 따라 이어지다가 끊어져 있어 자세히 살펴보니 단시일에 걸쳐 나무가 훼손된 것 같지 않아 보인다”며 “이렇게 긴 세월동안 산림이 조금씩 파괴될 때 관계당국은 뭘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원망하는 등 평소 등산객들의 통행이 잦은 곳의 산림 훼손에 대해 쉽게 납득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 녹지과 관계자는 “10여년 전인 92~93년께 산주가 나무가 너무 조밀해 솎아베기를 해 산을 가꾸겠다는 명목에서 평지부분만 간벌허가를 내준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그 담당자는 현재 공직을 떠나 당시의 정확한 정황은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10여년의 세월이 흐르는 속에 시 당국의 무성의한 태도와 무관심, 감시·감독의 소홀로 와룡산은 야금야금 파먹히면서 흉물스런 모습으로 변하고 있어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