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행을 준비하며.

젊음.
그 ‘도전’이라는 이름으로.


스무살. 젊음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이십년 동안이나 부모님과 학교의 틀 아래에서만 자라오다가, 갑자기 밀려온 대학생이라는 자유에 어쩔 줄 몰라하던 스무살의 나는 그런 질문을 나에게 던지곤 했었다. 그 때의 나는 자유가 가져다주는 그 미지의 세계로의 도전. 그것이 젊음일 거라고 생각했다. 만약에 미지의 두려움에 사로잡혀 뒷걸음질 쳐버리면, 그 자유는 다시 달아나 버릴 것만 같았다. 그 세계를 향해 끝없이 도전하고 제한된 내 삶의 영역을 깨부수지 않으면, 다시 나는 사회라는 더 큰 틀에 갇혀버릴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 후로 3,4년이 흘렀다. 그 스무살의 젊음은 벌써 중반기에 접어들었다. 그 동안 나는 어떠한 도전을 했으며, 나를 깨고 새로운 세계를 만난 적이 있던가? 젊음의 아까운 2년을 군생활에 바쳐야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내 젊음은 시작이다.
이번 유럽배낭여행은 미지의 세계로의 첫 도전이다. 그리고 유럽여행을 준비하면서 분명 경제, 사회적으로 앞서있는 유럽을 몸으로 배우기 위해 우리와 같이, 배낭하나 달랑 메고 떠나는 젊은이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해외배낭여행은 너무 수동적이었다. 단지 그곳에 가서 배워오기만 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만남이라고 할 수 없다. 진정한 만남은 서로 주고받는 것이 되어야 한다. 사실 우리의 역사에 있어서도 우리는 선진문물을 무분별하게 수동적인 자세로 받아들이면서 우리의 주체적인 문화를 많이 잃어 왔다. 지금 이렇게 저속한 미국문화가 우리문화 속에서 판을 치는 것도 해방이후 지식인들의 수동적인 자세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새천년을 짊어질 젊은이들은 수동적인 만남은 거부해야 한다.
이러한 생각들을 바탕으로 우리는 유럽여행을 떠나면서 각자 북, 장구, 꽹과리, 징을 들고나서기로 했다. 우리는 유럽의 그들과 주체적으로 만나고 싶다. 유럽이라는 그 다양성의 공간에서 우리문화가 그 다양성에 힘을 실어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데에 뿌듯한 자긍심을 느낀다. 우리의 소리에 뒤엉켜서 피부색깔과 언어를 떠나서 서로 하나가 된다면 그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일까?
풍물공연 주제는 “Peace Of Corea"로 정했다. 이라크 전쟁이후에 미국에 의한 한반도의 위협에 대해 이 시대를 사는 젊은이라면 한번쯤 고민해 볼 일이었고, 단지 고민만 하고 있을 게 아니라, 우리나라의 평화를 위해 우리도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기획하게 되었다. 우리의 평화를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은 어쩌면 군복무하는 일보다, 더 보람된 애국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세계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내가 유럽에 가서 풍물공연을 하면서 배낭여행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지금으로부터 8개월 전이다. 유럽이라는 생소한 공간에서 파란 눈들로 둘러싸여 멋지게 우리가락을 그들의 가슴에 울리게 한다는 것은 그때까지만 해도 꿈만 같았다. 하지만 꿈이라는 것도 도전을 통해서 현실이 되는 법이다. 그때부터 나의 도전을 함께 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모았다. 그 사람들이 바로 동진이, 효경이 누나, 미애누나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 이들은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다. 바로 내 꿈을 실현시켜 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8개월 동안의 준비과정에서 서로 땀흘려 연습하고, 잠까지 아껴가며 유럽여행을 준비하면서 서로 힘들기도 했지만 끝까지 함께 할 사람들이다. 먼저, 서로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감사해야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의 꿈을 실현시키는데 관심가지고 도와주신 삼천포사랑청년회 분들과, 사천신문 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린다.
앞으로 계속될 우리의 도전을 끝까지 지켜봐 주셨으면 하는 바램으로 글을 맺는다.

■ 정명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