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이것도 갖고 싶고, 저 바퀴 큰 운반차도 갖고 싶어."
"그래, 알았어."
"엄마, 컨테이너 차도 갖고 싶어."
"응, 그래."
요사이 부쩍 여러 종류의 자동차에 큰 관심과 집착을 보이는 네살박이 우리 큰아이. 요구를 할 때마다 매번 사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전혀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아이가 세 살이던 작년까지는 주로 누가 갖고 놀다가 물려준 것, 재활용 매장이나 바자회에서 산 것들을 가지고도 즐겁게 놀았는데 나이 한 살을 더 먹더니 새것만을 찾는다. 물론 제 눈에 얼마나 좋아보일까. 매장에 멋지게 진열되어 있는 아이들 놀이감을 보노라면 나부터도 입이 벌어지는데….
하지만 제 정신을 차리고 냉정하게 다시 생각해 보자. 대다수의 놀이감들을 보면 그 재질이 플라스틱인 것들이 주종을 이룬다. - 아! 절대로 닳아 없어지지 않는 영원함이여…- 특히 플라스틱 놀이감에는 ‘프탈산에스테르'라는 환경호르몬이 함유되어 있는데 환경호르몬, 즉 내분비교란물질은 다들 아시겠지만 몸안의 호르몬 자리에 들어가서 내분비계를 교란시키는 등 그 기능을 방해하는 인위적인 물질이다. 특히 유아기때 환경호르몬 물질이 몸 안에 쌓이게 되면 생식기 이상이 올 수 있다. 또한 신경기능장애 면역 저하로 인한 아토피, 천식, 비염을 일으킨다. 이런 플라스틱 놀이감들을 영아기때부터 손에 쥐고 빨고 하다가 유아기때에는 옆에 끼고 잠까지 잔다. 사랑스런 우리 아이들이 거의 하루종일 환경호르몬에 묻혀서 지낸다고 봐야겠다.
과연 그렇다면 아이에게 건강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내가 집에서 시도하고 있는 몇가지 방법을 소개하자면,
첫째, 바깥 외출을 자주한다. 하루에 두 번 오전, 오후에 1~2시간 정도씩. 물론 나갈 때도 자동차 놀이감을 가져가려고 하지만 적당히 타협을 본다. “가지고 나가면 잃어버리니까 놓고가자. " 등등. 아무래도 눈에서 안보이면 덜 가지고 놀게 된다.
둘째, 정말 사주어야 할 상황이 생기면 주위에 그 비슷한 것이 없는지 물색한다. 새놀이감보다는 헌 것이 그 독성이 훨씬 덜하다고 한다. 여기서 잠깐! 남이 쓰던 것을 꺼림직하게 여기시는 분들도 종종 있겠지만 자원 재활용, 환경보호, 우리아이 건강, 가정 경제의 매끄러운 운영을 위해서 바람직한 방법이라 생각된다.
셋째, 자연물을 최대한 활용한다. 나무토막이나 마른 콩, 돌맹이, 씨앗, 도토리, 조개껍질, 솔방울, 나무 막대기 등등 주위를 둘러보면 환경 친화적인 놀이감은 무궁무진하다. 이러한 놀이감을 '비형식적인 놀이감'이라고 하는데, 아이들이 쉽게 질려 하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하여 논다.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내 아이를 대하는 부모의 자세이다. 우리 아이들은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려고 한다. 부모가 단순히 양육자의 입장에서 내 아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칭찬과 조언을 아끼지 않는 ‘지지자'로써 함께 한다면 그 어떤 값비싼 놀이감에 비할 수 있겠는가.